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사태는 국제유가와 달러 흐름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을 찾아가던 원·달러 환율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율은 한때 1480원 선을 위협했던 원화 약세 국면에서 벗어나 1420원대까지 내려오며 점차 안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중동 변수 재점화와 함께 환율 상방 리스크가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28일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외환시장 종가보다 14.20원 급등한 14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관건은 사태의 장기화 여부다. 확전으로 이어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이다.
이곳의 물동량이 줄어들면 하루 수백만 배럴 규모의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윌리엄 잭슨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분쟁은 유가를 배럴당 약 100달러까지 급등시켜 세계 인플레이션에 0.6~0.7%포인트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후퇴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거나 인하 폭이 축소될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무역수지 악화 우려와 달러 결제 수요 확대까지 겹칠 경우 원화에는 추가 부담이 된다.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가 겹치면 달러 강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이 길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CBA)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순(純) 에너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유가 상승의 상대적 수혜를 볼 수 있다”며 “미 달러는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을 제외한 대부분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컸음에도 환율이 비교적 안정된 것은 수급 요인이 일부 완화됐기 때문”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현지 동향과 국제 에너지 가격, 금융시장 변동성 등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다. 금융위원회도 필요하면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신속히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