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100여일 앞둔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대회(한국시간 6월 12일 개막)가 국제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이란은 미국이 개최국 중 하나인 이번 월드컵에 불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1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 정부는 하메네이가 이날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테헤란 집무실에서 사망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를 순교로 규정하고 40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스포츠 시설이 폐쇄되면서 축구 등 스포츠리그가 무기한 중단됐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FFIRI) 회장은 자국 국영방송(IRIB) 인터뷰에서 월드컵 출전에 대해 비관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고 지도자가 적국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비극 속에서 공격 당사국 영토에서 축구 경기를 치르는 것은 국민 정서와 안보 측면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최종 결정은 국가 스포츠 지도부와 정부의 판단에 따르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참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뉴질랜드·벨기에·이집트와 G조에 속했다. 6월 16일 뉴질랜드, 22일 벨기에와의 1, 2차전을 로스앤젤레스(LA)에서, 27일 이집트와의 3차전을 시애틀에서 치르는 등 조별리그 전 경기가 미국에서 열린다.
월드컵 개최국(미국)이 참가국(이란)을 공습하는 사태 속에 FIFA는 긴급회의를 열어 사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성명 등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웨일스 헨솔에서 열린 국제축구평의회(IFAB) 총회에 참석한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 FIFA 사무총장은 “뉴스를 통해 (공습) 소식을 접했다. 이번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FIFA는 개최국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며 “모든 참가팀과 팬들이 안전한 대회를 치르는 게 FIFA의 최우선 목표”라고 덧붙였다.
FIFA가 겉으로는 원칙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이란의 불참에 대비한 ‘플랜B’를 검토하는 것으로 국제 축구계는 관측한다. 본선 진출 팀의 대회 불참에 따른 후속 조처와 관련한 FIFA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건 아니다. 지난해 5월 FIFA가 발간한 ‘2026 월드컵 규정집’에는 대회 불참 팀(회원 협회)이 있을 경우 ‘FIFA 평의회 또는 관련 위원회가 해당 회원 협회를 다른 회원 협회로 교체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고 나온다. 과거 집행위원회로 불렸던 평의회는 멤버 37명으로 구성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요컨대 대체 출전팀 결정에 관한 별도 자동 승계 규정은 없고 FIFA 평의회의 재량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이란이 속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차순위 팀이 대체 출전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이번 월드컵 아시아 4차 예선(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아랍에미리트(UAE)나 이라크에 우선순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지난해 6월에 이어 또다시 중국 일각에서는 이란이 불참할 경우 중국이 대체 팀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일부 언론 및 소셜미디어에도 이런 얘기가 오르내리는데, 근거는 중국이 아시아 3차 예선 탈락 팀 중 승점 9로 최고 순위였다는 점과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FIFA가 월드컵 흥행과 중계권 수익을 노려 정책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이탈 가능성에 대비해 실제로 중국축구협회(CFA)가 FIFA와 소통했다는 중국 현지 보도도 있다. 그 밖에 FIFA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선택도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