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3·1혁명’ 외친 李…현대사 속 민주주의·평화 연속성 강조했다 [view]

중앙일보

2026.02.28 23:44 2026.03.01 00:0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대한민국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다.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1919년 3·1 운동이라는 거울에 비춰보고, 이를 통해 대내외에 대통령 국정 철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年頭敎書·State of the Union Address)와 유사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3·1 혁명’이란 표현을 썼다. 이 대통령은 “3·1 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으며, 우리가 나아갈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한 나침반이었다”며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꿈꿨고, 힘을 앞세워 다른 나라를 수탈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함께 연대하며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평화로운 대동세상을 꿈꿨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3·1 혁명’이란 표현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3·1 운동이 일회적 저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뿌리라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3·1 운동을 왕정에서 민주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혁명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항쟁, 그리고 12·3 계엄을 극복한 ‘빛의 혁명’까지를 한국 현대 민주주의 역사 위에 놓겠다는 취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빛의 혁명’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이라며 ‘3·1 혁명’을 첫 번째 사례로 제시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3·1 혁명’이란 표현을 사용한 건 이 대통령이 유일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헌법인 1944년 임시헌장 전문에 실렸던 ‘3·1 대혁명’이란 표현을 80여년 만에 되살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직후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이 대통령은 현재 국제 정세를 1919년에 빗댔다. 이 대통령은 “3·1 혁명이 일어났던 한 세기 전의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격변의 시대였다”며 “다시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협받는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3·1 혁명의 정신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19년의 우리는 힘 없는 식민지 백성의 신세였지만, 2026년의 대한국민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과 세상을 바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대외적으로 가장 강조한 건 한반도 평화였다. 이 대통령은 “적대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으로, 불신이 아니라 신뢰의 토대 위에서 함께 성장하는 평화로운 만드는 것이야말로 3·1 혁명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는 길”이라며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존공영의 한반도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어떠한 흡수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3원칙’을 재차 제시했다. 북한이 항의했던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선 “정부의 뜻과 전혀 무관하게 벌어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진상 규명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충실하게 소통하겠다”며 “북측도 조속하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 새로운 미래를 향해 앞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과거 진보·보수 대통령들이 종종 했던 ‘남북통일’ 다짐은 이날 기념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유의 북진’ 등 흡수통일론을 들고 나오면서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열린 제9차 당 대회에서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규정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3·1절 기념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뚜벅뚜벅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북한도 이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20260301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선 “과거를 직시하며,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양국 국민들께서 관계 발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고, 새로운 기회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일본 정부의 호응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일찍이 안중근 의사께서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 3개국 간 협력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며 “동북아 평화를 세계의 평화로 이어가고자 했던 선열들의 바람대로 화합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평화’로, 무려 24차례나 언급됐다.

한편, 이날 싱가포르·필리핀으로 출국한 이 대통령은 이란 사태와 관련해 “순방 기간 중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비상대응 체제를 유지하고, 중동의 상황 및 경제에 대한 영향 등에 대해 정부 대처 상황을 수시 보고하라”며“특히 우리 재외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오현석([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