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꺼낸 한 마디가 그와 국민의힘을 동시에 옭아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년 만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정치권 공방이 부동산 6채를 보유한 장 대표의 다주택 매도 문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복수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장 대표가 부동산 대책의 본질이 아닌 ‘매도 공방’으로 어설프게 접근을 했다가, 되치기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부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때마다 이 대통령의 분당구 아파트를 반복적으로 꺼내 들었다. 장 대표는 지난달 3일에는 “대통령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믿었다면 실거주를 하지 않는 아파트를 진작에 팔았을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달 6일 제주도 방문 현장에선 자신의 다주택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이 집을 팔면 저도 팔겠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구로구 아파트와 여의도 오피스텔을 포함해 지역구인 충남 보령시 아파트, 상속 받은 아파트 지분 등 총 6채를 보유 중이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는 이 대통령이 장 대표의 다주택 보유 문제를 거론하자, 장 대표는 “정작 대통령은 퇴임 후 50억원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분당 재건축 로또를 갖고 계시지 않으냐. 본인의 로또부터 어떻게 하실지 밝혀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이 대통령이 자택 매도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의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청와대의 매각 발표 당일 “실제 매매까지 이뤄지는지 지켜보겠다”(당 지도부 인사)고 했지만, 장 대표나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장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6채 중에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5채는 현실적으로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장 대표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장 대표는 1일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침묵했다.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2억원도 채 안 되는 제 여의도 오피스텔은 팔려고 내놓아도 보러 오시는 분이 안 계신다”며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구로구 아파트와 지역구 보령시의 아파트는 처분할 수도 없고, 어머니가 살고 계신 시골집과 장모님이 살고 계신 아파트는 당장 두 분을 길거리에 나앉으시라고 할 수도 없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판과 조롱이 이어졌다. 정청래 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주택 6채를 소유한 장 대표가 오피스텔 1채를 매물로 내놨다는 기사를 링크하면서 “장 대표는 팔게 많아서 좋겠다. 부럽다”고 적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이 팔면 팔겠다던 과거 약속을 이제 와서 변명으로 회피하지 말라”고 했고,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장 대표, 구구한 변명 말고 싸게 내놓으세요”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에서도 장 대표의 스텝이 꼬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은 그간 ‘빚 내서 집사라’ 등 시장주의 기반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는데, 장 대표는 이와는 정반대의 ‘매도 논쟁’을 벌이는 실수를 저질렀다가 외통수에 걸린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고리로 6월 지방선거에서 중도층을 공략하려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장 대표는 당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위 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서울과 수도권에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 대책이 없는 부분이 부동산 대책의 핵심 문제였지만, 초점이 장 대표의 다주택 문제로 옮겨가 비판도 어려워졌다”며 “집을 판 이 대통령만 치켜세워준 꼴”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지도부의 원내 전략에 대한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대구·경북 행정 통합 문제 역시 우리 당 지도부가 처음엔 이를 거부했다가 뒤늦게 입장을 바꾸면서 민주당에 통합을 애걸복걸 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제대로 된 전략이 부재하면서 당 전체가 허둥지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