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글로벌 경제에 충격이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이 전 세계 물가를 자극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블룸버그ㆍ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6%, LNG의 23%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다. 이란이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해협을 장기 봉쇄할 경우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올해만 19.3% 올랐다. 이란 공습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2.5% 오른 배럴당 72.48달러에 마감하며 지정학 리스크를 선반영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종가 기준 최고치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바클레이즈는 “2일(월요일) 유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란의 수출 차질과 해협 봉쇄가 장기화한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웨덴계 금융사 SEB는 장기간 봉쇄에 따른 전망 상단을 배럴당 150달러까지 제시했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수석 분석가 매트 스미스는 “중동 지역 국가들의 생산하는 원유의 9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하는데, 중국ㆍ인도ㆍ일본ㆍ한국 등 4개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거의 4분의 3을 차지한다”며 “이들 국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이란의 수출 물량(약 160만 배럴)은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한다.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 아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파이프는 “중국은 러시아ㆍ베네수엘라ㆍ이란산 저가 원유의 혜택을 누려왔다”며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 중국 정유업체들은 더 비싼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게 되어 수익 마진을 압박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의 급등은 정유ㆍ석유화학 등 원유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원가를 직접 자극하고, 운송·에너지 비용을 올려 제조업 전반의 부담을 키운다.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급등할 경우 전 세계 평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0.6~0.7%포인트가 더해질 수 있는 걸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켜 주식시장의 하락 압력을 키운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커진다. 코인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비트코인은 공습 직후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한때 6만3000달러 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란 공습 직후 암호화폐 자산 시장에서 약 1280억 달러(약 185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BCA리서치의 매트 거트켄 수석 지정학 전략가는 “만약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실제 피해가 확인되면, 주식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조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금·은 등 안전자산 선호는 커질 거란 전망이다. 금값은 올해 들어 20% 넘게 오르며 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 등 불확실성 해소로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트르담대학교 정치학과 부교수인 유진 골츠는 뉴욕타임스(NYT)에 “중동에서 대규모 석유 생산이 시작된 이후 어느 나라도 해협을 폐쇄한 적이 없다”며 “몇 시간이나 며칠 동안 정체될 수도 있지만, 상황이 명확해지면 유조선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메네이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비트코인은 6만7000달러 대를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