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습에 이어 이란 국민에게 정권교체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이란과 닮은꼴인 북한에 미칠 충격파에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1년 중동권 시민혁명인 ‘아랍의 봄’ 당시 민주화 바람의 유입을 막는 데 사활을 걸었던 북한은 이번에도 내부 통제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이란에 대한 대규모 합동 공습이 시작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8분 분량의 영상을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상에서 이란 국민을 향해 “우리가 (공격을) 끝내면 당신들의 정부를 접수하라”고 촉구한 뒤 “이것은 아마도 여러 세대에 걸쳐 여러분의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압도적인 강함과 파괴적인 힘으로 당신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금은 행동할 순간이다. 이 기회를 보내버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기회 삼아 이란 국민들이 하메네이 신정체제 전복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미 성향의 전통적인 우방국가인 이란에서 수뇌부 참수작전에 이어 민중 봉기까지 가시화된다면 북한에도 ‘실사판 악몽’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은이 핵무기 보유를 결심하게 된 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 당시 축출된 뒤 비참한 최후를 맞은 걸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북한은 당시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중봉기가 이집트와 리비아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자, 관련 소식이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리비아에 파견된 노동자와 주재원에게 무기한 귀국 금지령을 내렸고 전국 대학에 이례적인 10개월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사태 발생 7년 뒤인 2018년에도 아랍의 봄을 “서방이 조작한 정권 붕괴 시나리오”라고 규정하며 경계의 고삐를 풀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사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통해 ‘반(反)인도적 범죄 국가’로 낙인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반인도 범죄는 집단살해, 인종청소 등과 함께 특정 국가가 주민 보호 의무를 저버릴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유엔의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근거다. 만약 이란발(發) 반정부 시위 소식이 북한 내부로 유입돼 주민들의 동요로 이어질 경우, 미국이 “북한 주민을 지키겠다”는 R2P 명분을 내세워 무력 개입을 주장할 수 있단 얘기다.
실제로 2011년 리비아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다국적군의 공습 명분 역시 R2P였다. 당시 국제사회는 자국민을 유혈 진압한 카다피의 행위를 인도주의적 위기로 규정하고, 주민 보호란 원칙을 앞세워 무력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정은이 이란 사태 관련 소식이 북한 내에 유입되는 걸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아직 이란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지난달 25일 폐막한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도 감지됐다. 김정은은 김일성 시대의 유물인 3대 혁명(사상·기술·문화) 노선을 다시 꺼내 들었다. 특히 그중 사상 혁명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일치된 행동과 강철 같은 기강 수립”을 주문했다. 당 대회 직후인 28일에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박태성 내각 총리 등 고위 간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대규모 ‘군민연환대회’를 개최해 대중의 사상 무장을 독려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김정은이 주요 지휘관들에게 신형 저격수 보총(소총)을 수여하는 자리에 딸 김주애가 동행해 직접 조준 사격에 나선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외적 위기감이 커진 시점에 김씨 일가가 직접 총기를 든 모습을 공개한 것은 체제 결속과 충성을 강화하려는 메시지란 말이 나온다.
한편, 통신은 사격에 동참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을 당 중앙위원회 총무부장으로 호칭했다. 김여정은 9차 당대회 기간인 23일 기존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영전해 장관급인 노동당 부장에 올랐지만, 당시 북한은 그가 어떤 부장을 맡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