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수뇌부 참수작전에 대해 “철두철미 불법 무도한 침략행위”라며 비난했다. 이란 정부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공식 인정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우방국인 이란을 두둔하는 동시에 자국을 향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달 28일 감행된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침해”로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의 패권적, 불량배적 속성으로부터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논리적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을 겨냥해선 “공인된 국제법 위에 국내법을 올려놓고 저들의 이기적, 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자국 안보를 명분으로 타국의 핵심 수뇌부를 직접 타격한 이른바 ‘참수 작전’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이번 사태가 중동을 넘어 미칠 파급력을 직접 언급한 대목이다. 외무성은 이번 사건이 “현 이란 사태와 무관한 지역에 정치·경제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발 유가 폭등 등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시사한 것이자 미국의 ‘다음 타깃’이 자신들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또 외무성이 “강력한 대응과 충분한 저항에 직면하지 않는 폭제의 강권과 전횡은 결국 당사국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고있다”고 덧붙인 문장도 눈에 띈다. 이는 미국의 무력 행사에 반격할 힘이 없다면 이란과 같은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핵·미사일 고도화 전략을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외무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명시해 저격하진 않았다.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 메시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예정된 트럼프의 방중을 계기로 한 북·미 정상 간의 대화 가능성을 북한이 여전히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물론 김정은이 지난달 20~21일 진행된 노동당 9차 당대회 사업총화(결산)보고에서 북·미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앞세웠단 점에서 이번 이란 사태 이후 북·미 대화가 재개할 수 있는 공간은 한층 좁아진 측면도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사태가 결국 김정은의 ‘핵 집착’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핵 개발국인 북한 역시 언제든 이란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만큼 핵 무력을 근간으로 한 체제 수호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트럼프는 공습 당일인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연설에서 이란 공습의 명분으로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체계 추구”를 지목했다. 이미 김정은은 지난 2011년 중동권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반면교사 삼아 핵에 매달렸던 전철이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정은이 이란 상황을 대내외적으로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을 강화하는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가 연설에서 “당신들의 정부를 접수하라”며 이란의 민중 봉기를 부추긴 대목은 북한 지도부에 큰 중압감을 주는 요인이다. 반미 성향의 우방국에서 수뇌부 참수에 이어 민중 봉기까지 가시화한다면, 북한의 체제 존립을 흔들 치명적인 예고편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이 이란 사태 관련 정보가 북한 내부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내부 통제를 강화해 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정은은 최근 열린 9차당 대회에서도 “일치된 행동과 강철 같은 기강 수립”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