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 파키스탄서 美영사관 습격 시도…9명 총격 사망(종합)
카라치서 친이란 시위대, 경찰과 충돌…이슬라마바드 등 다른 지역서도 시위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가운데 파키스탄에서 친이란 무슬림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을 습격하려다가 9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파키스탄 최대 도시인 남부 신드주 카라치에서 친이란 시아파 무슬림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 습격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경찰·보안군과 충돌했고, 시위에 참여한 수백명 가운데 9명이 숨졌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또 34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일부는 중상이어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카리치 현지 병원 측은 사망자들 모두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매체 지오뉴스도 부상자들이 총격을 받거나 곤봉에 맞아 다쳤다고 보도했다.
카라치 당국 대변인은 로이터에 미국 영사관 경비요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며 "영사관 관계자들과 지속해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영사관 정문 밖에서도 시위대는 경찰 초소와 차에 불을 지르는 등 경찰·보안군과 격렬하게 맞붙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총격 소리도 들렸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전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숨지자 항의하기 위해 미국 영사관을 습격하려고 했다.
현장 영상에서 시위대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는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파키스탄 고위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가 잠시 미국 영사관을 공격했으나 이후 해산됐다며 "현재는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도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일어났다.
앞서 파키스탄 정부는 이슬라마바드 경비를 강화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회와 외교 공관 등이 있는 도심을 '레드존'으로 설정하고 주변 모든 도로를 차단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레드존 안으로 행진하려고 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쐈다. 이 과정에서 총격도 발생해 사상자가 나왔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파키스탄 다른 지역에서도 '친이란 시위'가 대규모로 열렸다.
"미국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시위대는 북부 길기트-발티스탄 스카르두에 있는 유엔 사무소 건물에 불을 질렀다.
현지 당국 관계자는 "유엔 사무소 외부에 시위대가 모여 건물을 불태웠다"면서도 사상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중부 펀자브주 라호르에서도 시위대 수백명이 미국 총영사관 인근에 모였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 대응을 했으나 폭력 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인 아킬 라자는 로이터에 "일부 시위대가 영사관에서 인근 보안문을 파손하려 했으나 경찰이 무력을 쓰지 않고 저지했다"고 말했다.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부 장관은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추모의 날을 맞아 파키스탄 모든 국민이 이란 국민과 슬픔을 함께한다"면서도 평화 시위를 촉구했다.
파키스탄 주재 미국대사관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추가 시위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현지에 있는 자국민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오는 3∼5일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총리실은 "지역과 국내 정세를 고려해 연기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는 수니파 무슬림이 많지만, 세계에서 시아파 무슬림 인구도 이란과 이라크 다음으로 많은 국가다. 시아파 무슬림은 2억5천만명가량인 파키스탄 인구의 15%가량을 차지한다.
이란의 이웃국인 파키스탄은 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습이 부당하다며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