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홍보 글에나 쓰일 법한 문구가 배우 입에서 튀어나온다. 속사포 같은 대사와 현란한 액션을 비집고 나오는 언어유희에 객석에선 여러 차례 폭소가 터진다.
지난달 27일 서울 장충동 극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칼로막베스’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 『맥베스』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먼 미래의 수용소 ‘세렝게티 베이’를 가상의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이 낳는 비극적인 결말을 그렸다. 2010년 초연해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연출자 고선웅이 설립한 극공작소 ‘마방진’의 창단 20주년 기념작으로 1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제작진은 이 작품에 ‘무협액션극’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이에 걸맞게 ‘칼로막베스’ 의 배우들은 실감나는 액션을 구사했다. 주역 ‘막베스’를 연기하는 김호산은 검도·택견 등 무술 도합 10단의 유단자다. 다른 배우들의 울퉁불퉁한 근육은 연습량을 가늠케 했다.
줄거리는 원작의 얼개를 유지했다. 배경은 수용소지만 그곳에서의 권력 다툼은 고전 『맥베스』 속 암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고선웅 연출작 특유의 맛깔나는 대사가 종종 관객의 허를 찌른다. 뻔뻔하고 어이없는데 웃게 된다. ‘맥베스’를 험담하다 칼을 맞자 “방백이었는데…”라고 쓰러지는 식이다. ‘맥베스’에 ‘칼로 막 베어 버린다’라는 의미를 더한 작품 제목에서부터 장난기가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탐욕이 ‘칼은 피를 부르고, 피는 다시 칼을 낳는다’는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120분간의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쯤 무대는 비장해지고 객석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진다.
이 작품은 최근 국립창극단에서 나온 ‘국악 아이돌’ 김준수의 첫 연극 데뷔 무대로도 주목을 받는다. 그는 욕망의 화신 ‘막베스의 처’(원작에선 레이디 맥베스)를 맡아 교태와 분노, 탐욕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팜므파탈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막베스’ 등 다른 배우들과 견줘 출연 시간이 적었지만, 무대에 올라선 순간만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공연은 이달 15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이어진다. 이어 다음 달 4~5일에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같은 달 10~11일에는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관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