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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중국읽기] 실험실의 자유

중앙일보

2026.03.0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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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의 나라다. 민주·자유·인권 등과는 거리가 있다. 경직된 사회에서는 학자들의 연구가 꽃 피기 어렵다.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전문가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다. 논문·특허·대학평가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과학 연구 실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만 봐도 그렇다. 중국은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등 50개 전략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1.4년으로 좁혔다. 2년 전보다 0.8년 줄었다. 유럽·일본·한국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다.

권위주의와 혁신은 공존할 수 있는가? 캐나다의 중국 전문가 댄 왕은 책 『브레이크넥』에서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연구 환경은 인문·사회 과학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물리·화학·수학 등 자연 과학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소련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쏟아졌고, 중국도 마오쩌둥 시기에 원자폭탄을 만들고 인공위성을 띄웠다는 걸 사례로 든다.

자유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과학 분야 연구에서 정치적 자유는 필요하다. 그러나 자연과학 분야 학자들이 더 절실히 요구하는 건 ‘돈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돈이 없어 실험실 연구 설비를 구할 수 없다면, 그건 자유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실험실 자유가 풍부하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른다. 물론 전략적으로 선정된 분야에만 돈이 몰린다. 그게 중국 기술 굴기를 가능케 하는 힘이다.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2022년 처음 중국에 추월당한 후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혹 실험실의 자유 정도가 두 나라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볼 일이다. 최소한 ‘자유’를 찾아 중국으로 떠나는 학자들은 막아야 한다.





한우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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