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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의 마켓 나우] ‘온실’속 은행 고수익, 사회에 환원하자

중앙일보

2026.03.0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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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4대 시중은행의 2025년 합산 당기순이익이 14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높은 수익은 원칙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한국 상황에서 은행의 고수익은 그 성격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은행은 규제산업이자 보호산업이다. 정부 인가를 얻어야만 영업이 가능하며 건전성·자본비율·업무행위 등 전방위적 규제를 받는다. 은행들의 총이익 가운데 90% 정도가 예대마진에서 발생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온실’ 속에서 비교적 수월하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거두는 구조다. 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우위 확보, 시장 개척을 위한 눈물겨운 투혼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 이 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LG전자 등의 수익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고수익에 기댄 은행 최고경영자의 거액 보수나 임직원의 성과급 잔치는 종종 손가락질 대상이 된다. 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엄정히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면 공직 퇴임 이후의 재취업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은행의 막대한 초과이익이 바람직한지,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초과이익은 독과점 등에 힘입어 비용을 모두 보전하고 기업 존속에 필요한 정상이익을 넘어서는 이익을 말한다. 은행의 초과이익은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지대(rent)의 성격이 짙다. 마침 정부의 연속적인 상법 개정 추세와 맞물려 시중은행들이 배당 등 주주환원을 늘려나가 주주환원율이 평균 50%에 이르고 있다.

일반 민간기업이라면 배당 확대를 주주중시 경영의 일보 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설립 인가권자가 정부이고 제도적 보호 아래서 올리는 수익은 가능한 한 다수에게 환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고객, 나아가 일반 국민까지 포괄하는 이해관계자 중시 경영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학자들은 은행업 면허를 경매에 부쳐 낙찰금 일부를 공익적 용도로 활용할 것을 주장한다. 기존 은행의 초과수익을 금융 구조조정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금융지원 등에 쓰자는 제안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을 통한 지대의 사회화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실행하기가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정상이익과 초과이익의 판별 문제 외에도 사유재산권·경영자율성 침해 논란, 높은 지분율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의 반발 등의 저항도 예상된다. 현실적으로는 세제 인센티브를 통한 자율적 서민대출 확대, 사회적 기여기금의 자율적 증액 유도, 은행사회공헌(CSR)의 획기적 확대 등이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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