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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열린 댓글, 닫힌 결론

중앙일보

2026.03.0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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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국제부 기자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직접 만든 SNS다. 주류 언론과 SNS가 자신에게 적대적이라면서다. 트럼프는 지난해에만 트루스 소셜에 6168건(일평균 16.9건)의 게시글을 올렸다. 게시글을 거칠게 분류하면 ‘본인 자랑 50%, 타인 비난 50%’쯤 될 것이다.

그에게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트루스 소셜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트럼프가 자랑과 비난의 경계에서 수시로 SNS를 비(非)공식 정책 소통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올해만 해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관세 정책 발표를 SNS에서 수차례 이어갔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즉각 SNS를 통해 글로벌 관세를 10%, 15% 부과하겠다고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AP=연합뉴스]
권력자의 SNS는 빠르고,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이란 장점이 있다. 의제를 선점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내에선 트럼프 못지않은 인플루언서다. 유튜브 구독자 185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131만명, X(엑스, 옛 트위터) 팔로워 99만명, 페이스북 팔로워 52만명을 갖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SNS를 십분 활용해왔다. 올해 들어 X로 정책을 소통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에 종료되는 것은 지난해 이미 정해진 일.”(1월 25일)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1월 28일)

“주가 조작 패가망신.”(2월 6일)

“다주택자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할까요.”(2월 13일)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2월 26일)

트럼프 못지않게 날것 그대로 발언을 쏟아내다 보니 그 파장이 만만찮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SNS에서 설전을 벌이는 풍경도 벌어졌다. 일각에선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로 혼선을 초래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진행 중인 개별 정책 사안을 SNS에 불쑥 던지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공직사회 특성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표명한 의사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최종 정책 주문으로 여길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소통으로 포장한 상의하달식 일방통행이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권력자의 SNS 등판을 두고 소통이라고 하는 건 절반만 맞는 얘기다. 댓글은 열렸지만, 결론은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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