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우리 선열들이 주창했고 국민이 이어온 3·1혁명의 정신이야말로 민주주의와 평화가 흔들리는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인들을 새로운 희망으로 인도할 밝은 빛”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3·1 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선언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날은 계층과 신분, 연령과 성별의 차이도 없었다. 영남과 호남이 하나였고, 좌와 우가 따로 없었다”며 “작은 차이보다 더 큰 대의를 위해 하나로 뭉쳤기에 3·1혁명은 마침내 광복의 환희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3·1절 기념사에서 ‘3·1 혁명’이란 표현을 쓴 건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1 운동이 일회적 저항이 아니라,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뿌리라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3·1 운동을 왕정에서 민주공화정으로 넘어가는 혁명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4·19와 5·18, 6·10, 그리고 12·3 계엄을 극복한 ‘빛의 혁명’까지 한국 민주주의 역사 위에 놓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이 대통령은 현재의 국제 정세를 1919년에 빗댔다. 이 대통령은 “3·1 혁명이 일어났던 한 세기 전의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격변의 시대였다”며 “다시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협받는 위기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3·1 혁명의 정신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강조한 건 한반도 평화였다. 이 대통령은 “적대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으로, 불신이 아니라 신뢰의 토대 위에서 함께 성장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3·1 혁명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는 길”이라며 “평화와 공존공영의 한반도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일체의 적대행위도, 어떠한 흡수통일 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3원칙’도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선 “정부의 뜻과 전혀 무관하게 벌어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진상 규명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충실하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3·1절 기념사에서 종종 언급했던 ‘남북 통일’ 언급은 사라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흡수통일론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열린 제9차 당 대회에서 한국을 “영원한 적”으로 규정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뚜벅뚜벅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기념사에 담겼다”고 평가했다. 반면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은 “자유를 외치며 총칼에 맞섰던 선열들의 희생을 기리는 날에, 자유를 짓밟는 독재 체제를 ‘존중’의 대상으로 올려놓는 발언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선 “과거를 직시하며, 현재의 과제를 함께 풀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양국 국민들께서 관계 발전의 효과를 더욱 체감하고, 새로운 기회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