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벌인 것에 대해 1일 “불법무도한 침략행위이며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침해”라고 비난했다. 이란 정부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공식 인정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우방국인 이란을 두둔하는 동시에 자국으로 향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기적·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패권적·불량배적 속성으로부터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논리적 귀결”이라고도 했다.
다만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해 온 기조를 이어간 셈이다. 지난 1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당시 외무성 대변인과 관영매체 기자 간 문답 형식으로 미국을 비난했던 것보단 이번에 격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로 미국의 대화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몸값 올리기’에 나섰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연설에서 이란 공습을 “고귀한 임무(a noble mission)”라고 표현하면서 이란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체계를 추구해 온 점이 군사행동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군사행동의 이유로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내세운 만큼 향후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도 거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입장에선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와 달리 미국과의 협상 결렬 시 즉각적인 군사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김정은의 핵 집착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핵무력 증강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정은이 이란 상황을 대내외적으로 핵 보유 정당성을 강화하는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정은 입장에선 트럼프가 연설에서 민중 봉기 유도를 암시한 대목도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 있다. 트럼프는 이란 국민을 향해 “우리가 (공격을) 끝내면 당신들의 정부를 접수하라”고 촉구한 뒤 “이것은 아마도 여러 세대에 걸쳐 여러분의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기회 삼아 이란 국민들이 하메네이 신정 체제 전복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미 성향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이란에서 ‘수뇌부 참수작전’에 이어 ‘민중 봉기’까지 가시화된다면 북한에도 ‘실사판 악몽’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이 핵무기 보유를 결심하게 된 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민중 봉기로 축출된 후 비참한 최후를 맞은 걸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