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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현의 글로벌 이슈 진단] 미·일, 희토류 ‘탈중국’ 본격화…중국 의식해 고심하는 한국

중앙일보

2026.03.0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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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현 논설위원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해 부산에서 합의한 ‘무역전쟁 휴전’이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율의 대중 관세와 희토류 대미 수출 통제가 서로에게 아킬레스건이라는 점을 확인한 두 나라는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새 국가안보전략(NSS)과 지난 1월 발표된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희토류를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선언한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NSS에서 “희토류의 안정적인 확보 실패는 작전 능력의 실질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서반구 희토류 확보, 전략 비축도
‘핵심 광물 무역블록’ 구상 발표
정부, 공급망 다변화 추진하지만
중 보복, 안보 현안 파장도 우려

글로벌 희토류 시장의 절대 강자인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 정제와 가공 분야에서는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매장량 3위 브라질에 화해 제스처
먼저 NSS에서 미국은 앞마당인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패권 재확립과 희토류 등 전략물자 확보를 연계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과 함께 서반구에 매장된 희토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그린란드-북미 본토-중남미를 연결하는 전략물자 공급망 구축이 그것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미국은 유럽의 강력 반발에 일단 물러서긴 했지만, 관세 부과와 군사작전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그린란드 병합을 시도했다.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에 대한 불공정한 재판을 이유로 지난해 50%의 관세 폭탄을 부과했던 브라질과도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의 희토류 매장국. 지난해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브라질 북부에 위치한 세하 베르지(Serra Verde·초록 산맥) 희토류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2기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도 개최할 예정이다.

신재민 기자
이와 함께 미국은 약 120억 달러 규모의 전략 광물 비축 계획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일명 금고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석유 전략비축(SPR)과 유사한 방식으로 핵심 광물을 비축해 중국발 공급망 충격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동맹 및 파트너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급망 협력 전략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미국은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을 위한 무역 및 협력 블록 형성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 지난 2월 핵심 광물 장관급 회의(56개국 참여)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년간 우리 경제가 핵심 광물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알게 됐다”며 ‘핵심 광물 무역블록’ 구상을 밝혔다. 이 구상에는 과잉 생산과 저가 공세로 신규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가격 하한(price floor)을 설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 희토류 광산. [사진 SCMP 캡처]
일, 심해·아프리카 채굴 추진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의 희토류 등 이중 용도 물자(군사용과 민간용으로 모두 사용 가능 물자) 수출통제 제재를 당하고 있는 일본은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미쓰비시조선 등 일본의 20개 기업·기관을 군사력 제고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수출 통제 관리 명단에 포함했다. 또 스바루 등 20개 기업·기관은 “이중용도 물자의 최종 사용자와 최종 용도를 확인할 수 없다”며 관찰 리스트에 넣었다.

이에 맞서 일본은 미국 이상으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해저 5700m에서 끌어올린 진흙에서 희토류 추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환경성은 60억 엔의 예산을 투입해 폐기 모터 등에서 희토류를 다시 추출하는 재활용 사업에 착수했다. 또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2020년부터 개발을 추진해온 아프리카 나미비아 광산에서 희토류 중에서도 희소한 것으로 평가되는 디스프로슘과 터븀(전기차의 고성능 모터 등에 사용)의 매장 사실이 확인되자 본격적인 아프리카 광산 투자에 나섰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희토류는 산업 경쟁력과 경제 안전보장 확보에 필수적”이라며 “광산 개발, 분리·정련은 국내 사업 가능성도 검토하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비판 입장 바꿔 해외자원 개발 착수
정부는 지난달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자립화에 시동을 걸었다. 단기적인 수급 위기관리와 중장기적인 해외 자원개발·생산 내재화의 투트랙 전략이다. 야당 시절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를 비판해온 현 정부는 입장을 바꿔 과거 부실 경영과 인사 논란으로 해외 직접 투자가 금지됐던 한국광해광업공단에 해외자원 개발 총괄 기능을 부여할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미국 주도의 핵심 광물 무역블록 구상 참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올 6월까지 이 구상을 논의할 장관급 회의의 의장이지만 약 35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도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참여 요청을 받은 바 없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미국 제안대로 가격 하한 등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우리 주력 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을 의식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당장 중국은 미국 주도의 블록 구상에 대해 “국제 경제·무역 질서 훼손에 반대한다”며 보복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일본처럼 한국에 수출 통제를 할 경우 당장 대체선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북한 비핵화 협력,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원자력잠수함 건조 등 주요 안보 현안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하상섭 외교안보연구소(IFANS) 조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희토류 전략은 한국에 자원 안보 강화와 산업 경쟁력 제고, 외교 지평 확대라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균형 외교와 국내 산업기반 조정이라는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세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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