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전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문장 안토니오 아단(38, 에스테글랄 테헤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라는 '지옥'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1일(한국시간) 스페인 국영 라디오 '스포츠 리뷰'와 인터뷰를 가진 아단은 영공 폐쇄 직전 마지막 항공편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해 가족 품에 안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작전명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이란 전역을 불바다로 만든 가운데, 이란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던 스페인 출신 스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아단은 "이미 며칠 전부터 앞으로 48시간이 운명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결국 공습이 시작됐고, 나는 이란을 빠져나가는 마지막 비행기 중 하나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정말 천운이었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모두가 아단처럼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아단의 팀 동료이자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유명한 공격수 무니르 엘 하다디는 현재 이란 땅에 고립된 상태다.
아단은 "내 터키행 비행기는 오전 6시 30분이었고, 무니르의 두바이행 비행기는 9시였다. 하지만 9시 비행기는 이륙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통신망까지 파괴되어 연락조차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길이 막힌 무니르는 현재 육로를 통해 국경 탈출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단은 "들리는 정보에 따르면 여정이 매우 길고 국경까지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도로 상황은 그나마 안전해 보이지만 소통이 완전히 끊겨 생사 확인조차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탈출은 우연히 찾아온 '휴가' 덕분이었다. 주말 리그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둔 후 감독이 준 이틀간의 짧은 휴식을 이용해 아단이 마드리드행을 택한 것이 생사를 갈랐다.
원래 월요일 복귀 예정이었던 아단은 "지금은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영공은 닫혔고 구단과도 연락이 끊겼다. 단기간 내에 이란 축구계가 정상화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미 이란은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사살되고 혁명수비대 지휘부가 몰살당하며 국가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란에 진출한 이기제(메스 라프산잔) 등 한국 선수들의 안위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유럽 스타들의 극적인 탈출기와 고립 소식은 중동 발 '축구계 잔혹사'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축구공 대신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이란 땅에서 무니르를 비롯한 남겨진 선수들이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기도와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