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부정선거론을 대표하는 유튜버 전한길씨 등과 이에 맞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주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7시간가량 유튜브 생중계 속에 진행된 토론은 동시 시청자가 32만 명에 달하고 조회 수가 500만 회를 넘었다. 안타깝게도 부정선거론에 빠져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토론에서 부정선거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제시되지 못했다. 전씨 등 부정선거론자들은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조작, 수개표 왜곡, 중국 개입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구체적이거나 검증 가능한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전씨 측의 한 참가자는 “일종의 극비 프로젝트를 통해 25년에 걸쳐 부정선거 제도가 구축됐다”는,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까지 폈다.
이 토론에 대한 제1 야당의 반응도 안타깝기로는 매한가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부정선거 토론 시청자 수가 유권자의 15%에 달한다”며 공정한 선거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이번 토론을 통해 선거시스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 선거 감시를 위해 당 차원의 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21대 총선 관련 선거 소송 126건 중 인용 사례가 한 건도 없는 상황임을 모를 리 없는 야당 대표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정당 지도자로서의 책임 있는 태도라 보기 어렵다. 이러니 개혁신당 측이 “진짜 문제는 장 대표”라며 “음모론이 만든 불신을 정치적 연료로 쓰겠다는 계산”이라고 비판하는 것 아닌가.
장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을 기반으로 당 대표 자리에 오른 뒤 여전히 극단적 세력과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 전씨는 “이런 장 대표를 기다렸다. 고맙다”고 반응했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유권자는 포기하고 음모론 세력의 옹호를 받는 식이라면 보수 야당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