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시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37년 만에 막을 내렸다. 올 초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이은 이번 군사작전은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법적 절차나 의회 보고조차 생략한 채 언제든 군사적 개입을 불사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의 극단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테러 지원국 수장 제거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지금 법치와 규범이 사라진 자리에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냉혹한 국제 질서의 민낯을 마주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간 확립됐던 국제규범은 힘의 논리에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와 통상 등 모든 면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독단적 행동과 이에 따른 국제 질서의 붕괴는 안보와 번영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실존적 공포다.
이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당장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세계 원유 수송의 혈맥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란 내 강경파들이 결집해 대미 항전에 나설 경우 군사력으로는 미국에 열세지만 중동·유럽 내 미국 목표물을 겨냥한 비정규전과 테러 등 사태는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흐를 수 있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지불해야 했던 막대한 인명 피해와 천문학적인 비용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시 전비 부담과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며 우리 경제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혔다.
우리 정부는 이 거대한 폭풍이 한반도에 미칠 파장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인 만큼 유가 급등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에너지 수급 상황을 재점검하고 비상 비축유 방출 등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리스크 관리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발(發) ‘참수작전’을 지켜본 북한의 대응이다. 정권의 물리적 종말을 확인한 북한이 생존을 위해 핵 무력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이를 체제 수호의 유일한 보루로 삼아 한층 공세적인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란에서 보여준 ‘힘에 의한 해결’ 방식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 도발의 명분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고도의 외교력이 절실하다. 한·미 동맹의 틀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강대국의 독단적 결단에 휘둘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격랑의 시대, 실리에 기반한 냉철한 외교와 생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