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허경애 작가의 개인전 ‘색이 숨쉬는 공간(The Moment Color Breathes)’이 내달 25일까지 샌타모니카 갤러리 XII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파리의 갤러리 프랑수아즈 리비넥과 공동 기획으로 마련됐다.
1977년 광주에서 태어난 허 작가는 한국 단색화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를 동시대적으로 확장해 온 작가다. 그는 한 화면에 아크릴 물감을 50여 겹 쌓아 올린 뒤 메스와 칼날로 표면을 절개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독창적인 과정을 거친다.
발굴에 가까운 작업은 화면 속에 잠재된 색과 질감을 드러내며 파괴와 재생,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평면은 더는 단순한 회화적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행위가 축적된 물질적 지층으로 확장된다.
작품 화면은 관조적이면서도 촉각적이다. 관객은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표면의 결을 따라 시선을 더듬으며 조용히 화면에 참여하게 된다. 1980년 5월 광주의 역사적 기억에서 비롯된 정서는 구체적 재현 대신 추상적 어휘로 전환돼 개인적 서사와 문화적 성찰을 교차시키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허경애 작가는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프랑스 에콜 국립고등미술학교 파리-세르지와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에서 학위를 받았다. 2003년 프랑스로 이주한 이후 동서양 미학을 아우르는 독자적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판화 전공에서 비롯된 표면에 대한 감각과 반복적 행위의 축적은 화면에 밀도 높은 물질성을 부여한다.
최근 파리 세르누치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며 프랑스 제도권 미술계에서도 위상을 공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