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하임서도 제2의 양용 사건 성급한 경찰 과잉 대응 또 논란 유가족 "경찰이 상황 악화시켜"
경찰관이 마르티네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보디캠 영상 캡처]
애너하임 시정부는 정신질환자가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피소 위기에 처했다.
이는 지난 2024년 LA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 소속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이 가족의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양용씨를 살해한 사건〈본지 2024년 5월 3일자 A-1면〉과 맞물리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찰의 무력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지고 있다.
ABC7은 애너하임 경찰국 소속 경관의 총격으로 숨진 루디 마르티네스의 유가족이 당시 경찰이 정신적 위기 상태에 있던 마르티네스에게 대응 매뉴얼을 위반하고 불필요한 무력을 사용했다며 애너하임시에 해당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신청한 상태라고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이는 소송 전 단계로, 시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법적 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건은 지난해 9월 15일 발생했다. 당시 애너하임 지역 홀리 스트리트와 팔무스 애비뉴 교차로 인근에서 경찰은 한 남성이 벽돌과 삽을 들고 배회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촬영된 경찰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하자 마르티네스가 접근해 들고 있던 삽으로 차량을 가격했다.
이후 출동한 경관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권총을 꺼내 마르티네스를 조준했고, 그가 다시 접근하자 별도의 경고 없이 곧바로 총격을 가했다.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 자말 투손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경찰이 비살상 무기 사용이나 정신건강 전문 인력 투입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총격을 가한 경관은 차량 안에서 마르티네스의 동선 등을 충분히 지켜볼 수 있었고, 권총 대신 비살상 수단을 선택할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는 입장이다.
투손 변호사는 “당시 경관은 차량을 후진해 충분히 위협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가족 측은 특히 마르티네스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만큼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정신질환 전문 대응팀이 우선 투입됐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애너하임시 당국이 경찰을 먼저 현장에 출동시키면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고, 결국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양용씨 사건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당시 양씨 역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음에도 LA카운티 정신건강국 한인 직원 윤수태씨가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로페즈 경관은 비살상 무기를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곧바로 권총을 사용했다. 특히 양씨 사건의 경우 경찰이 사전에 그의 정신질환 이력을 인지하고 있었고 상황을 진정시킬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관들의 무력 대응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연방 배심원단은 지난 2022년 비무장 상태에서 LAPD 경관들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남성의 가족에게 3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26일 평결했다. 당시 제러메인 프티는 자동차 부품을 손에 들고 있었으며, 한 경관은 이를 직접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별도의 경고 없이 프티는 다른 경관들의 총격에 맞고 쓰러졌다. 프티는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뒤 2024년 사망했다. 배심원단은 당시 총격이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경찰의 치명적 무력 사용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