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2일 로렌스 웡 총리와 싱가포르 정부청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역내 자유무역질서를 선도해 온 양국은 경제적 연대와 경제안보 협력, 전략적 투자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며 “우리 두 정상은 올해 발효 20주년을 맞는 양국 FTA를 통상 및 경제안보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싱가포르 FTA는 한·칠레 FTA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체결한 FTA다. 산업통상부는 “동아시아의 주요 인접 교역국과의 본격적인 FTA 추진을 알리는 서막”이었다고 한·싱가포르 FTA를 평가했다. 한·싱가포르 FTA는 2006년 3월 2일 발효됐다.
양국이 이번에 맺은 FTA 개선협상 공동선언문에는 공급망, 그린경제, 무역 원활화, 항공 정비·수리·분해조립(MRO) 4개 분야 개선으로 통상협력 선진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항공 허브여서 항공 MRO에 관심이 크다. 한국 정부는 FTA 개선을 통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진출 확대를 기대했다.
웡 총리는 “(FTA를 통해) 현대, 롯데그룹, 한화오션 등 많은 한국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싱가포르를 허브로 활용해서 동남아시아 시장과 그 이상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이후 20년에 걸쳐서 전 세계의 통상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무역과 녹색 전환을 하는 것이 중요해지게 됐다”며 FTA 개선 협상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과 싱가포르 정부는 5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는 혁신형 SMR(i-SMR) 사업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인력 양성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좁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SMR에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은 원전 강국이다. 공공안전 분야 AI 정책을 공유하고, 지식재산 분야의 AI 전환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MOU도 각각 체결됐다. 또 양국 정부는 환경 위성을 공동으로 활용해 대기질을 연구하고, 양자·우주·위성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두 정상은 불확실한 국제 질서 속에 양국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초불확실성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고, 웡 총리는 “오늘의 만남은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이후 처음 만난다는 점에서, 국제정세가 불확실한 시점에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 발표를 마무리하며 “싱가포르는 2018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뜻깊은 장소”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해 주신 총리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도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