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농지의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는데 실제 그런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됐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종합적 조사로 특히 투기 위험군을 강도 높게 조사할 계획”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달 중 조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농지 투기를 지적하며 “필요하면 대규모 인력, 조직을 통해 전수조사하고, 매각 명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헌법은 ‘농지는 농업인만 취득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농지법은 농지의 취득·소유를 엄격히 제한한다. 상속받은 농지이거나 8년 이상 농사를 짓다가 쉬는 경우, 주말·체험 영농 등 일부 예외를 허용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하지만 농촌 인구 감소와 귀농 장려정책 등이 맞물리며 농지를 투자 대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런 움직임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농지 투기가 적발된 후 농식품부는 2022년부터 매년 전체 필지의 10% 수준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 전체 농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LH 사태 이후 4년간 데이터베이스를 쌓으며 전수조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왔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현행 농지법은 소유자가 농지를 불법 임대하거나 휴경할 경우 처분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농지 처분을 명령하도록 정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의 실태조사에서 4만8824명이 농지 처분 통지를 받았고, 연평균 약 1500명에게 처분 명령을 내렸다.
농식품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의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나 관외 거주자가 취득한 농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현 제도가 불법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근 다주택자에 엄포를 놓으니 집값이 내려가는데 농지도 전수조사한다고 하면 내놓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수조사는 행정력 낭비란 지적이 있는 만큼 수도권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전답을 사놨다가 팔면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 산간 오지에 있는 농지들은 투기 수요가 적어 문제의 소지가 적다”며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