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3일째 이어가는 가운데 이란의 맹방(盟邦)인 러시아는 2일까지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이란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음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물리적 지원에 나서지 않는 러시아가 ‘군사 혈맹’ 관계인 북한 유사시엔 다른 태도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면서 하메네이 사망과 관련해 “이는 모든 인간 도덕 규범과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밝혔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피해자에게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과 페제시키안이 지난해 1월 서명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은 경제 협력 확대, 미국의 제재 영향 완화, 군사 및 정치적 파트너십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양국은 국방·대테러·에너지 분야 등에 대한 47개 조항을 설정했는데 군사동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해당 조약 3조는 일방이 침략받는 경우 타방은 침략국에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지 않고, 국제법에 따른 분쟁 해결을 지원하라고 규정했다.
맹방국의 유사시 군사적 개입에 대한 러시아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달랐다. 아르메니아는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 당시 러시아가 주축이 된 집단 안보 조약 기구(CSTO)에 개입을 요청했으나 CSTO는 군사적 지원을 거부하고 정치·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반면 시리아 내전 당시 러시아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군을 파병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 일각에선 러시아가 이란 전쟁에 개입하지 않은 것을 두고 2007년 푸틴이 러시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음에도 이란의 핵 정책이 달라지지 않는 등 양국 간 불협화음 전례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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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군사개입’ 근거 명시한 북·러
북한의 경우에는 2024년 6월 양국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이른바 ‘자동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가 명시돼 있다. 해당 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 연방 헌법은 러시아 영토 밖에서 러시아 연방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문제의 결정을 상원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로 자위권 행사를 사실상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내법과 유엔 헌장이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자동 개입 조항이 발동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이 밖에 북·러 조약 3조가 복병이 될 가능성도 있다. 3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 침략 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 데 협조를 호상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를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고 규정한다.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합의할 목적”으로 협의한다는 의미인데, 협의가 자동 군사 개입에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가 전통적 우방국인 북한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한은 지난 2024년 10월 약 1만 1000명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했고 지난해 초 최대 3000여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추가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를 중요시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경학적 중요성이 있는 이란보다 북한은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사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다”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전쟁 양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처럼 대규모 재래식 전쟁이 아닌 지휘부 제거 작전으로 전쟁이 이어질 경우 러시아는 군사적 개입을 두고 고심할 것”이라며 “상황 발생 시 개입 의지와 능력 보유 여부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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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핵 문제 당사국…이란 핵 문제 해결 노력 동참”
한편 한국 외교부는 2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벌어지고 있는 현 중동 상황 전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예의 주시 중”이라며 “현재 중동 지역에 소재한 우리 국민 보호 및 에너지 수급 등 경제안보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한 핵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국제 비확산 체제의 수호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및 이란의 주변 걸프국가 공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이 공습 배경으로 거론한 이란 핵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