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기획예산처 초대 수장으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을 후보자에 지명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일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자는 국회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 등을 두루 거친 국가 예산 정책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3선)의 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지 36일 만이다.
박 후보자는 2022년 대선 경선 땐 이 대통령의 후보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이재명 정부에선 국정기획위원회 국정기획분과위원장을 맡아 정부 조직 개편 밑그림을 그렸다. 박 후보자는 이날 후보자 지명 직후 SNS를 통해 “기획예산처는 제가 직접 기능과 위상을 설계한 조직인 만큼,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큰 영광이지만, 막중한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당초 여권 내부에서는 새 예산처 장관으로 경제 관료 발탁설이 적잖이 오갔다. ‘통합 인선’ 차원에서 지명한 이 전 의원(3선)의 낙마 이후 보수 성향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선택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정치인이었다. 이 수석은 “이전에 지명했던 후보자도 경제 연구자 출신이지만, 대다수 경력은 정치권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인을 예산처 장관에 앉혀 정통 경제 관료인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견제하고 토론하라는 뜻 아니겠냐”며 “기획재정부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예산 업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엔 황종우 한국해사협력센터 국제협력위원장(행정고시 38회)이 임명됐다. 해수부에서 기획조정실장과 해사안전국장, 대변인을 지낸 정통 관료다. 이 수석은 “부산 출신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고 해양 수도 완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장관급인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엔 판사 출신 정일연 변호사(연수원 20기)를 임명했다. 정 위원장은 과거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이 수석은 “검증 과정에서 변호인으로 참여한 것은 확인했다”며 “20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했고, 권익위원장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만한 어떤 부분도 갖고 있지 않고. 오히려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위원장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과 진화위 사무처장을 지낸 송상교 변호사(연수원 34기)가 임명됐다.
총리급인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엔 남궁범·박용진·이병태 등 각기 다른 경력을 가진 3명을 위촉했다. 남궁 부위원장은 삼성전자를 거쳐 에스원 대표이사를 지낸 기업인이고, 박 부위원장은 ‘비이재명계’로 분류됐던 민주당 비주류 전직 의원(재선)이다.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명예교수인 이병태 부위원장은 과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제 책사’로 불렸으며, 지난해 이 대통령 선거 캠프 합류를 시도했으나 ‘막말 논란’이 불거져 무산됐다. 이 수석은 “각자 맡은 소임과 전문성을 십분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엔 ‘기본소득 전도사’로 알려진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가 임명됐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엔 김옥주 서울대병원 임상연구윤리센터 센터장이 임명됐다. 중앙선관위원 후보자로는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전현정 변호사(연수원 22기)가 지명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선에 대해 “박홍근 의원이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으로 적합한 인물인지 면밀히 검증하겠다”며 “장관직에 지명될 것을 알고도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계속 뛰었다는 것은 서울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했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박 의원을 서울시장 경선 후보 6인에 포함시켰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 역시 장관 후보자 지명 사실을 알고도 경선후보로 발표했다면 서울시민을 우롱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청와대가 서울시장 후보군 교통 정리에 나섰다는 선거 개입 의혹을 자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권익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고위공직자 비리, 이해충돌, 권력형 부패 의혹을 감시하는 자리의 수장에 과거 권력 핵심 인사의 방패 역할을 했던 변호사 출신을 앉힌 것은, 권력 감시 기관을 스스로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 세우는 '위험천만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