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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하게 움직이는 로봇 손, 글로벌 빅테크들 매혹시켜

중앙일보

2026.03.01 23:57 2026.03.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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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창업의 길. 99. 위로보틱스 김용재 대표

위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와 김용재 대표의 얼굴이 닮은 꼴이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해 8월 국내 한 로봇 스타트업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날씬한 모양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엄지와 나머지 네 손가락 관절을 현란한 속도로 움직이고, 인간이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양손을 깍지낀 다음 뒤집어 앞으로 쭉 내밀기도 했다. 손가락·손목 모두 위아래뿐 아니라 좌우로도 자유롭게 움직였다. 아직은 상반신뿐이지만 그간 국내 어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최근 중국 로봇들의 화려한 군무와 사람 같은 발걸음이 화제이지만, 사람을 대신할 휴머노이드의 핵심은 손이라는 점에서 이 로봇의 움직임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로봇의 이름은 ‘알렉스’(ALLEX).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의 김용재(52) 전기전자통신공학부 교수와 이연백(51)씨가 공동대표로 2021년 6월 창업한 스타트업 위로보틱스에서 만들었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 2003년 입사 동기다. 수원사업장의 생산기술연구소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함께 근무하며 일찍부터 다양한 로봇을 개발해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위로보틱스는 창업 이후 웨어러블 로봇에 주력하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을 시작했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다. 휴머노이드를 공개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벌써부터 글로벌 빅테크들의 다양한 협력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176억원의 투자금을 모았고, 올해도 이달 말을 목표로 수백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올 1월을 포함, 최근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3년 연속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천안 병천면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를 찾아 김 교수를 만났다. 생각이 젊어서일까. 50대 중반을 향해 달리는 김 교수는 마치 신입 대학원생 같아 보였다.

삼성전자에서 휴머노이드팀 이끌어


Q : 삼성에서 어떤 연구를 했나.
A :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의 생산기술연구소에 입사해 반도체 로봇 및 설비 개발을 했다. 이후 차세대로봇 그룹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참여했다. 130명 규모의 대형 조직 내에서 휴머노이드 메커니즘 파트를 이끌고 하드웨어 설계를 주도했다. 수술로봇 등 다양한 첨단 로봇 테마를 경험하며 핵심 기술력을 쌓았다. 이연백 대표 또한 삼성에서 함께 휴머노이드와 웨어러블 로봇 분야를 연구해왔다.


Q : 왜 삼성을 그만뒀나.
A : 삼성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막대한 개발비를 지원받아 많은 경험을 쌓았다. 협동로봇·수술로봇부터 휴머노이드까지 다양한 로봇들을 빠르게 높은 수준까지 개발했지만, 기업 특성상 연구 테마가 자주 바뀌는 환경에 한계를 느꼈다. 외부 지시나 촉박한 일정에 쫓기지 않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일관성 있고 독립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고 싶어 2014년 퇴사하고 학교로 옮기게 됐다.


Q : 그런데 왜 창업까지 했나.
A : 삼성 입사 동기인 이연백 대표가 퇴사 후 창업하고 싶다며 대학으로 연락해온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삼성전자 시절부터 연구해온 휴머노이드를 바로 하고 싶었으나, 스마트폰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로봇을 만들자는 이 대표의 설득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첫 제품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학교로 온 이후 로봇손과 다리 메커니즘을 연구해왔고, 창업 이후에도 비공개로 계속 휴머노이드를 개발해왔다. 이후 사업이 안정화되고 기술이 성숙하면서, 올 1월 CES 기간에는 다시금 전문 분야인 휴머노이드 로봇도 웨어러블 로봇과 함께 전시해서 큰 관심을 받는 등 기술적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김영옥 기자

"정밀한 손동작, 세계 최고 수준"


Q : 지난해 휴머노이드의 놀라운 손가락 모습을 공개했는데.
A : 올해 CES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기술 중 특히 ‘핸드 시스템’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다. 엔비디아·아마존·메타 등에서 온 엔지니어들은 우리 부스를 여러 차례 방문해 로봇의 구동 방식과 인터랙션 성능을 정밀하게 확인했다. 그들은 불확실한 일상 환경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정밀하게 작동하는 우리의 핸드 시스템이 현재 다른 로봇 시스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며 공동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위로보틱스가 보유한 로봇 제어 기술과 정교한 손가락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셈이다.


Q :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
A : 위로보틱스의 핵심 기술은 케이블 구동을 포함한 새로운 동력전달 방식에 있다. 기존 로봇들이 무거운 모터를 관절마다 배치해 무겁고 둔탁했던 것과 달리, 우리는 모터를 몸체 부근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케이블을 통해 힘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팔의 끝단은 가볍게 유지하면서도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특히 손가락 시스템 역시 이러한 원리를 적용해, 불확실한 일상 환경에서도 사람과 부드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독보적인 인터랙션 성능을 구현했다. 케이블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구성과 정밀성을 대폭 높이는 새로운 기술들이 로봇에 적용되어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극찬한 비결이 바로 이 효율적인 모터 배치와 케이블을 활용한 구동 기술에 있다.


Q : 로봇 손의 가격도 중요할 텐데.
A : 현재 위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핸드는 양산 전 단계라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중국산 핸드도 10 자유도 이상의 사양을 갖추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데, 우리 핸드 역시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단기간에 저렴하게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올해는 15 자유도를 갖춘 팔을 포함해 상체 시스템 전체를 연구용으로 수억원대에 판매할 계획이다. 다만, 위로보틱스는 이미 웨어러블 로봇을 200만~300만원대의 소비자 가격으로 양산해 1500대 이상 판매한 경험이 있다. 이런 양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휴머노이드 시스템도 시장이 수용 가능한 가격대로 낮추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 이틀차인 올 1월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엑스포 유레카관에서 위로보틱스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미국·중국 휴머노이드 틈새 노려


Q :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가 너무 뛰어난데, 경쟁력이 있을까.
A : 중국과 미국의 휴머노이드 약진이 무섭지만, 한국과 위로보틱스에게는 분명한 기회가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액추에이터 등 하드웨어를 표준화해 저가화와 완성도를 높이고 있고, 미국은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조작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위로보틱스는 단순한 보행을 넘어 실생활에서 사람과 정교하게 반응하는 인터랙션 성능과 핸드 시스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서 정밀 부품 가공 기반이 탄탄하고, 반도체나 자동차 라인 등 로봇을 즉시 적용해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는 최적의 수요처를 갖추고 있다. 위로보틱스는 이러한 환경을 활용해 실생활에 즉각 도움이 되는 실용적 기능에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Q : 위로보틱스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로봇과 인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A : 로봇이 안경처럼 누구나 필요할 때 착용해 신체 기능을 보강하는 일상의 동반자가 되는 세상이다. 노화로 걷기 힘든 어르신이 로봇의 도움으로 다시 젊은 시절처럼 힘차게 걷고, 신체적 제약이 삶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정교한 손가락 기술을 가진 휴머노이드가 위험하거나 고된 작업을 대신 수행하며, 인간과 로봇이 각자의 영역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거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학문적 이론을 다양한 현장에 적용하고, 실천적인 기술을 연구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한국기술교육대의 교육목표다. 자유로운 연구개발 환경과 실무와 연계되는 인프라가 최첨단 개인용 웨어러블 로봇의 제품화와 혁신적인 휴머노이드 알렉스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었다. 한국의 공공 연구개발(R&D)의 결과를 기술사업화로 연결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대표
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대표
"위로보틱스는 삼성전자에서 경험한 독보적인 R&D 역량으로 웨어러블 로봇 ‘윔(WIM)’의 상용화를 성공시킨 데 이어, 독자적 역구동성 및 핸드 기술을 갖춘 휴머노이드 알렉스로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실적은 물론 미래 성장성까지 겸비한 글로벌 탑 수준의 딥테크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어 투자가치가 높다.”




최준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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