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혜훈 전 후보자 지명 철회 이후 한 달여 만에 후속 인선이 이뤄지면서 새 정부의 경제·재정 라인도 진용을 갖추게 됐다. 향후 재정의 역할을 어디까지 확대할지,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시점과 규모를 둘러싼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 후보자는 2일 임명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획처는 제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직접 기능과 위상을 설계한 조직인 만큼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대도약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힘 있게 떠받치는 톱니바퀴이자 윤활유가 되겠다는 단단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민주당 을(乙)지로위원장을 지낸 ‘예산·정책통’으로 꼽힌다.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을에 당선된 뒤 내리 4선에 성공했다. 2021년 치러진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장을 맡으며 인연을 쌓았다. 2022년에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정과제 수립은 물론 개헌과 재정경제부와 예산처 분리 등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주도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위원장을 연이어 맡았고 현재 22대 국회에서는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공식 취임하면 그간 기획처를 감사해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에서 피감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셈이다. 박 후보자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지만 이날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레이스에서 하차했다.
당초 임기근 차관 등 관료 출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정치인을 지명하면서 정부가 예산권을 보다 강하게 쥐고 재정 운용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기획예산처 분리 취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료가 아닌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관가 관계자는 “재정경제부와 분리한 취지가 정책과 예산의 보다 긴밀한 공조에 있는 만큼 공무원보다 정치인을 선호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향후 대통령실의 확장재정 기조에 보조를 맞춰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채무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재정 투자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을 키우는 방식으로 가는 게 옳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 지출 확대에 따라 국가채무가 늘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의 분모인 GDP가 함께 커지면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728조원으로 편성하며 총지출 증가율을 8.1%로 끌어올렸는데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예산 800조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산처 장관이 임명되면 ‘벚꽃 추경’ 등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다시 달아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전북 전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도 “이번에 무주가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에)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추경을 언제 하게 될지 모르겠다. 다만 추경을 편성한다면 가능한 한 반영해 무주를 지원해 주라고 얘기해 뒀다”며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올해 법인세 등 세수가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상반기 추경 편성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황종우 한국해사협력센터 국제협력위원장을 지명했다. 황 위원장은 행정고시 38회로 해수부에서 기조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부산 출신 관료다. 이번 인선은 이 대통령이 앞서 “후임은 부산에서 찾겠다”고 밝힌 발언이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