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일 다시 거리로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원내에서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 강행 처리 등 여당 독주를 막지 못하자 장외 투쟁을 선택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절윤’도 못한 상황에서 여론전이 통할지 의문”이란 우려도 나온다.
3·1절 연휴가 끝나는 3일 소속 국회의원 107명은 원외당협위원장, 지지자들과 함께 ‘대국민 호소 도보 행진’을 진행한다. 현재로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모여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이동해 현장 규탄대회를 여는 안이 유력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 직후 “퍼포먼스를 통해 이재명 무죄 만들기, 방탄을 위한 ‘사법파괴 3법’이라는 점을 선명하고 명료히 국민께 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만큼 연기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상황을 낱낱이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장외 투쟁에 나선 건 지난해 9월 대구와 서울에서 야당 탄압 규탄 대회를 개최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법 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부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도 법왜곡죄(형법개정안)를 시작으로 4일 만에 사법 3법을 강행 처리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919년 3월1일이 조국 독립의 서막이었다면 (사법 3법이 처리된) 2026년 3월1일은 대한민국 헌정 종말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법부는 완전히 정권의 발 아래 놓였다. 이 대통령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3대 악법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법 파괴 한통속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면서도 “그럼에도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하는 건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엄중하게 인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장외 투쟁 결의에는 당론으로 정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안 처리를 민주당이 보류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 때문에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장외투쟁 말고는 뚜렷한 답이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 당이 어제(1일) 필리버스터까지 중단하면서 TK 통합법 처리를 부탁했지만 거부했다”며 “야당을 무시하는 행태가 도를 넘은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당장 4일엔 전국 당원협의회와 당원들을 모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5일부터 장 대표가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거부권 요구를 수용하지 않거나, TK 통합법 처리를 무산시킬 경우엔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를 90여 일 앞두고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남 중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에게는 외면 받고, 윤 어게인 세력들만 현장에 득실댈까 우려가 크다”고 했다.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한 야당 인사도 “부동산 실정과 전·월세 대란, 물가 폭등 등 ‘민생 프레임’으로 선거 화두가 전환된 상황에서 현재의 장외 투쟁 구호가 민생 현장에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