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이란제 드론 표적 됐다…애먼 걸프국 때리는 '물귀신' 작전, 왜

중앙일보

2026.03.02 00:33 2026.03.02 01:0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인근 항구에서 이란의 공격이 보고된 후 연기가 피러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를 넘어 걸프국들의 민간 인프라까지 공습하고 있다. 주변 국가를 의도적으로 분쟁에 끌어들여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면 이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중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른바 '물귀신 작전'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 등 미군 기지와 자산이 있는 주변 중동 국가들의 국제 공항 등 주요 인프라를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집중 타격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하자 즉각 보복에 나선 이후 사흘째 이어진 공습이다.

특히 중동 지역의 교통 핵심 허브인 UAE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전 세계 국제선 여객 수 1위(약 9200만명)를 기록한 UAE 두바이국제공항에서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직원 4명이 부상당했고 모든 항공편 운항이 무기한 중단됐다. UAE 국방부는 1일 이란에서 탄도미사일 165기, 드론 541기가 날아왔으며 이 중 드론 35기가 방공망을 뚫고 영토 내로 떨어져 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1일 UAE 두바이 상공을 촬영한 위성 사진. 드론 공격으로 인한 연기가 잡혔다. AFP=연합뉴스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공항 역시 이란제 드론의 표적이 됐다. 글로벌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1일 하루에만 중동 내 7개 공항에서 34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이란의 사정권에 들어온 곳은 공항 뿐만이 아니다. 쿠웨이트통신(KNA)은 이날 “오늘 새벽 주요 정유 시설이 타격을 받아 작업자 2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오만뉴스통신(ONA)에 따르면 오만 두쿰 항구는 이란제 드론 2대의 공격을 받아 항만 노동자 1명이 다쳤다. 지중해 섬나라인 키프로스에 위치한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도 이란제 샤헤드 자폭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해당 기지는 영국이 중동 내 군사 작전을 펼칠 때 핵심 거점으로 활용해온 곳이다.

지난달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혁명 47주년 기념 행사에 전시된 샤헤드 드론.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주변 중동 국가의 민간 시설까지 공습 목표로 삼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란이 주변 국가들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비즈니스·관광 허브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줘 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물귀신 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스민 파루크 국제위기그룹(ICG) 걸프 지역 프로젝트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해당 국가 주민들에게 고립감을 심어주고 공황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며 “분쟁을 지역화하는 것을 넘어, 걸프 국가들을 통해 이 사태를 국제화하려는 것이 이란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교수도 “관련된 모든 국가가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초토화 전략”이라며 “이란은 ‘우리가 무너지면 너희도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란은 주변 국가를 타격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면 미국·이스라엘이 작전을 중단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가랑비처럼 이뤄지는 이란의 보복공습은 소모전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4년 12월 23일 쿠웨이트 쿠웨이트 도심에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국기가 걸려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이란의 의도대로 향후 정세가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민간 인프라까지 무차별 타격당하자 인접 중동 국가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결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바레인·오만·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은 화상 회의를 열고 이란의 공습에 대해 논의했다. 장관들은 회의 종료 후 성명을 내고 “국가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고 영토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선택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WSJ는 “이란이 역내 부유한 국가들의 경제 인프라를 마비시켜 군사 작전을 중단시키려 했으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도 중동 지역 내 동맹국 피해가 확산하자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해당 지역에서 우리와 동맹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이란의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을 발원지에서 파괴하기 위한 방어적이고 비례적인 조치를 허용하는 걸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군사 움직임도 관측됐다. 프랑스 BFM TV에 따르면 프랑스 해군 소속 샤를 드골 항공모함 전단은 발트해에서의 작전을 중단하고 중동 지역 인근 동지중해로 향했다. 영국은 미국 측 요청을 수락해 자국 군 기지 사용을 허가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X(옛 트위터)에 “미국은 특정하고 제한된 방어적 목적을 위해 영국 기지 사용 허가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이란이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하고 영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며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해 요청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은 국제법 위반에 대한 우려로 이란 공격에 자국 군 기지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전민구.이근평([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