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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전운에… 삼성·LG부터 K푸드까지 ‘비상등’

중앙일보

2026.03.0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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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한국 선박의 선원이 직접 촬영한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중동정세가 불안해지자 가전·식품 등 대(對)중동 사업을 전개해왔던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오일머니’를 겨냥했던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중동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인근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축소되거나 역내 제품 수요 둔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업계는 북미와 유럽 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중동아·아시아·중남미 등 남반구 중심 신흥시장)’ 전략을 추진해왔다. 중동지역에서 스마트폰 1위(36%, 지난해 4분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점유율 1위(52.6%, 3분기 누적 매출)를 굳혔던 삼성전자는 수요 위축 우려가 크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규모 신제품 행사(LG 이노페스트)를 열었던 LG전자 역시 마케팅 효과가 꺾일 위기에 처했다.

이밖에 LG전자는 UAE·사우디아라비아 등에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제품 등 냉각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고, 삼성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점으로 네옴시티 사업에 참여 중이다. 전운이 중동 전역으로 퍼질 경우 추가적인 국가 주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

K푸드는 수년간 공들인 공든 탑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 수출된 K푸드 규모는 전년보다 22.6% 증가한 4억1000만 달러(약 6000억원)였다. K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중동에서의 매출액이 660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사우디ㆍUAEㆍ이라크 등에서 단체급식 사업장을 운영 중이고, 파리바게뜨는 중동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지 무슬림 소비자들을 위해 할랄(Halalㆍ이슬람 율법상 허용) 인증을 받거나 추진 중인 기업들도 늘었다. 그간 K푸드가 중동을 신시장으로 삼고 개척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중동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 부담은 늘고, 현지 소비는 얼어붙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을 보고 본격적인 중동 시장 개척을 계획하던 기업들로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해 사업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물류비가 올라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봉쇄가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고 인근에서의 공격도 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분석 기관들은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에 해운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화주로부터 받는 운임이 높아지긴 하지만, 연료비가 증가하고, 운송 기간이 늘어나며, 안전 위협 확대로 보험료도 할증되는 등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방산·자동차·식품 등의 수출까지 파급이 미친다.

한편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던 HMM의 컨테이너선 1척은 이 지역을 빠져나왔고, 한국 측 유조선·벌크선 등의 운항과 관련해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장에선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이 있고, 위치가 노출되면 위험하다는 우려에 GPS를 끄고 운항하는 선박도 있다”며 “선사와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인근 해역의 정확한 선박 수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임선영.고석현.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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