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해 2% 안팎의 회복세를 증명할 ‘약속의 3월’을 맞았지만, 유가·환율·관세 등 3대 악재에 직면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증시 활황으로 수출과 소비가 살아나는 가운데, 미국의 글로벌 관세 폭탄과 중동발 변수가 불확실성을 키운다.
2일 유럽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오전 9시(현지시간) 현재 배럴당 79.46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날보다 9.1% 급등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선 여파다. 운송 비용 증가와 수급 불안 등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엔 직격탄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1~2개월간 지속한다고 가정하면 국제 유가 상단을 90달러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도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1420원대까지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하며 안정을 찾아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새벽 2시 전장 서울 외환시장 종가보다 14.2원 급등한 1444원까지 치솟았다. 이란이 결사 항전을 천명하고 나서자 달러 같은 안전자산 선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환율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이라며 “원화가치 하락과 거래 위축 등으로 기업 리스크 또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선 타이밍이 아쉽다. 모처럼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던 상황이어서다. 한국의 올해 2월까지 누적 수출은 1332억5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다. 사상 처음 수출 7000억 달러를 돌파했던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행보다. 내수 흐름도 소비자심리지수가 연초 두 달 연속 상승하는 등 뚜렷한 개선 흐름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누적된 금리 인하 효과, 기업 실적 개선, 주식시장 및 소비심리 호조 등을 근거로 민간소비 회복세에 무게를 실었다.
올해는 지난해 1% 성장에 그친 한국 경제가 2%대 반등을 노리는 해다. 특히 1분기는 ‘저성장 고착’에서 벗어날 체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첫 시험대다. 성장의 양축인 수출과 소비 모두 출발이 좋았던 만큼 3월 성적표에 대한 기대 또한 큰 상황이었다. 세수 또한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대략 10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거란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3월 말 법인세 신고가 끝나면 구체적인 초과 세수 규모의 윤곽이 잡힌다. 충분한 초과 세수가 확인되면 국채 발행 없이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충돌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한국 입장에선 충돌이 길어지고 환율과 유가 불안이 장기화하는 게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제시했는데, 이는 국제 유가를 배럴당 64달러로 전제해 내놓은 전망치다. 국제유가가 한은의 전망치를 웃돈다면 물가도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생필품 가격 상승이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면 되살아나던 소비 심리를 다시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호재일 수 있지만, 유가 급등과 맞물리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이중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수출액이 0.39% 줄고, 수입액은 2.68% 증가한다. 기업의 생산 원가도 0.38%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나 품목 관세를 검토하는 등 2월 말을 기점으로 통상 환경마저 급변했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긴급 관계부처회의에서 “이번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 상황을 점검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