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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로의 모험"을 통한 희망 메시지…K뮤지컬 제작한 에바 알머슨

중앙일보

2026.03.02 07:00 2026.03.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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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불리는 스페인 출신 화가 에바 알머슨(56)이 한국 창작 뮤지컬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국내 문화계에 화제를 불러왔다. 그가 뮤지컬 제작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흔치 않은 행보에 “그 에바 알머슨이 맞느냐”는 반응까지 있었다.

한국 창작 뮤지컬 제작에 참여한 화가 에바 알머슨이 지난달 26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가 직접 그린 뮤지컬 작품 캐릭터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장진영 기자.

알머슨은 국내 창작 뮤지컬 ‘리나 슈퍼 히어로’의 프로듀서 역할을 맡았다.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한전갤러리에서 만난 알머슨은 뮤지컬 제작 참여를 두고 “새로운 언어로의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그린 캐릭터들이 직접 움직이고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모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알머슨은 지난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미국을 오가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특유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그림으로 전 세계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첫 단독 전시를 연 이래 서울·부산·대구·대전·전주 등에서 관객을 만났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그의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은 누적 120만명에 이른다.

한국 창작 뮤지컬 '리나 슈퍼히어로' 에 프로듀서로 참가한 스페인 출신 화가 에바 알머슨이 주인공 '리나' 캐릭터 그림을 손으로 받치고 있는 모습. 장진영 기자.

한국과의 인연은 전시회 개최 이상이다. 알머슨은 미국 LA 전시에서 한국인 전시 기획자와 만난 것이 계기가 돼 2008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대수롭지 않게 찾은 첫 방한부터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음식, 건축, 빠르게 변화하는 에너지, 사람들의 온기에 감탄했다”고 돌아봤다. 2016년에는 우연히 잡지에서 본 해녀 사진을 본 뒤 수소문 끝에 해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고희영 감독과 만나 제주시 우도를 찾기도 했다. 당시 알머슨이 그린 해녀 그림은 고희영 감독의 영화 ‘물숨’(2016), 고 감독이 쓴 동화『엄마는 해녀입니다』(2018)를 통해 소개됐다.

이런 한국과의 연결 고리가 자신의 인생 첫 뮤지컬 제작으로 이어지게 됐다. 알머슨은 “여러 차례 한국인들과 협업을 해왔는데, 이들은 매우 프로페셔널했다”며 “한국 제작진과 함께하는 뮤지컬이 내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 ‘블랙핑크’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노래와 춤, 영상이 결합한 K팝의 퍼포먼스는 다른 차원의 공연 같다”며 “이런 무대를 만들 수 있는 한국에 대한 신뢰 역시 한국 공연 제작에 참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리나 슈퍼 히어로’의 주인공은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 ‘리나’와 장난꾸러기 동생 ‘미노’다. ‘미노’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모여 탄생한 괴물의 위협을 ‘리나’와 가족들이 힘을 합쳐 극복하는 이야기다.

한국 창작 뮤지컬 제작하는 화가 에바 알머슨이 26일 오전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26.02.26.

알머슨의 주된 역할은 작품 속 캐릭터를 그리는 일이다. 성격부터 의상 등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며 ‘리나’와 ‘미노’ 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뮤지컬이 왜 종합 예술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알머슨은 “바닷속 수영을 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구현한다고 할 때 그 장면을 그리는 것은 자유롭고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이를 무대 위에서 구현하기 위해선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장면을 점차 구체화했다”고 전했다.

주로 회화라는 매개체로 관객과 만났던 알머슨에게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는 또 다른 자극이 됐다. 그는 “내가 만든 캐릭터가 나를 떠나 독립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예술가로서 행복하다”며 “제작 과정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걸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상상한 ‘리나’의 모습도 점차 변하고 있다”며 “그 종착지가 어디인지 나도 궁금하다. 예술가로서 굉장한 자극이고 이런 변화가 관객에게 도달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화가 에바 알머슨이 26일 오전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리나 슈퍼히어로' 뮤지컬 및 체험전을 소개하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이번 작품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괴물로 변해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도 담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회화 작품과 마찬가지로 ‘따뜻함’을 놓치지 않았다. 알머슨은 “삶이 항상 행복할 수는 없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실수해도 괜찮아, 앞으로 잘하면 돼’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며 “인간이 실수를 통해 자초한 위기도 역시 우리의 희망과 행동이 모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리나 슈퍼 히어로’는 오는 7월 10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2020~2022년 DMZ 공연 페스타 총감독을 역임한 최광일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친구의 전설’ ‘100층짜리 집’과 같은 가족 뮤지컬 제작에 주로 참여했던 조재국이 연출했다. 이와 별도로 5월 1일부터 8월 23일까지 한전아트센터 내 한전갤러리에서 ‘리나 슈퍼 히어로’ 전이 개최된다. 알머슨이 그린 이 작품의 캐릭터 원화 등을 전시한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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