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묘하게 섞인 곳이잖아요. 타이틀은 ‘아시안 스윙’이지만, 미국과 유럽, 오세아니아에서도 흔쾌히 나서는 대회죠. 선수들끼리도 ‘이 대회는 꼭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요.”
지난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을 마친 뒤 고진영(31)이 내놓은 평가다. 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것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대회를 치러 본 그가 엄지를 치켜세운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은 LPGA 투어 아시안 스윙의 메이저대회로 통한다. 규모와 환경, 상징성 모두 아시아 대회 중 으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출전 선수 면면부터 화려하다. 올해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톱10 중 2위 넬리 코다(28·미국)를 제외한 9명이 모두 참가했다. 1위 지노 티띠꾼(23·태국)을 필두로 10위 김세영(33)까지 정상급 선수들이 실력을 겨뤘다. 서양권 선수들이 대개 불참하는 여타 아시아 대회와 다른 점이다.
2022년과 2023년 이 대회를 2연패한 고진영은 “싱가포르의 위치적 장점을 먼저 꼽고 싶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오기 좋다. 또, 영국 문화가 남아있는 도시국가라 유럽이나 미국 선수들도 이질감이 적다. 대회의 전반적인 규모와 환경도 뛰어나다”고 했다.
센토사 골프클럽의 위상도 한몫 거든다. 당초 이 대회는 창이공항 인근 타나메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2013년부터 안방 역할을 물려 받은 센토사 골프클럽은 자타공인 싱가포르 최고 명문이다. 고(故) 리콴유 총리의 명으로 1974년 개장한 이후 한여름에도 최상의 잔디 상태를 유지할 만큼 관리가 철저하다.
2008년 창설된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은 역사에서 2006년 생긴 혼다 LPGA 타일랜드에 밀린다. 올해 기준 300만달러(약 43억7000만원)인 총상금 규모도 320만달러(46억7000만원)의 뷰익 LPGA 상하이보다 작다. 하지만 다양한 장점이 어우러져 아시아 메이저 대회의 권위를 완성했다.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총 18차례 대회 중 한국 선수가 무려 8번 우승했다. 2009년 신지애(38)가 처음 정상을 밟은 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박인비(38)와 장하나(34), 박인비가 차례로 우승했다. 2019년과 2021년 박성현(33)과 김효주(31)가 한 차례씩 우승했고, 이듬해부터 고진영이 2연패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