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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영의 마켓 나우] 멕시코 어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중앙일보

2026.03.0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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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상무·경영학(연금금융) 박사
한 미국인 은행가가 멕시코 어촌에서 어부를 만난다. 어부는 하루 몇 시간만 일해도 가족을 먹여 살린다. 은행가는 더 오래 일해 부자가 되면 여유롭게 살 수 있다고 권한다. 어부가 묻는다. “부자가 되면 뭘 합니까?” 은행가가 답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쉬겠지요.”

요즘 우리 사회가 이 우화와 겹쳐 보인다. 주가의 급상승으로 여기저기 온통 주식 이야기다. 수익률이 목적이 되고, 목적은 다시 수익률을 부른다. 투자 앱은 온종일 열려 있고, 포트폴리오는 더욱 복잡해진다.

상승장은 착각을 낳는다. 가격 상승을 실력으로, 우연을 전략으로 착각한다. 변동성은 사라진 듯 보이고 위험은 통제 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장은 비대칭적이다. 상승은 길어도 하락은 짧고 깊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안정이 오래 지속할수록 금융 시스템은 더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이는 급격한 붕괴의 시작점인 ‘민스키 모멘트’를 초래할 수 있다. 상승이 길수록 위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인다. 게다가 “이번에는 다르다”, “구조가 바뀌었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말이 위험을 가린다.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이를 ‘내러티브 경제학’이라 설명했다. 사람들은 숫자보다 서사에 반응한다. 빠르게 확산하는 낙관적 서사는 확신을 키우고 확신은 레버리지를 부른다. 레버리지는 구조를 취약하게 만든다. 최근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32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은 반갑다. 하지만 삶의 균형을 허무는 방식은 곤란하다. 멕시코 어부의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더 높은 수익률, 더 빠른 자산 증가의 끝은 어디인가? 자산을 불린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의 삶과 맞바꿀 만큼 가치 있는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차분한 자산 관리의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목표는 수익률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다. ‘연 20% 수익’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진짜 목표는 ‘노후에 매달 생활비 200만원을 마련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삶의 조건이다. 둘째, 생활을 지키는 필수 자금과 성장을 노리는 위험 자금을 분리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돈을 다루는 순간, 불안이 시작된다.

셋째, 상승기의 확신을 글로 남기고, 하락기에도 그 확신이 유효한지 점검한다. 오를 때는 누구나 논리를 갖는다. 그러나 내릴 때는 그 논리가 먼저 사라진다. 왜 샀는지, 어떤 조건이 바뀌면 팔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하락해도 버틸 것인지 미리 적어두면 감정의 개입을 줄일 수 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상무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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