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본래 모습을 찾았다. 대한항공의 든든한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27)이 군복무 이후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대한항공은 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진에어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7-25, 25-19, 18-25, 26-24)로 이겼다. 4연승을 이어간 선두 대한항공(22승 10패·승점 66)은 2위 현대캐피탈(20승 12패·승점 62)과 승점 차를 벌리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향해 한 발 나아갔다.
대한항공은 선발로 출전한 아포짓 스파이커 카일 러셀이 2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문제 없었다. 벤치에서 대기하던 임동혁이 투입되자마자 펄펄 날았다. 임동혁은 1세트에선 공격 하나를 시도해 1점을 올렸다. 하지만 2세트부턴 폭격에 나섰다. 올 시즌 개인 최다이자 팀내 최다인 21점을 올렸다.
임동혁은 국내 선수 중 가장 돋보이는 아포짓 스파이커였다. 외국인들의 전유물이 된 포지션이지만 임동혁만큼은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을 펼치며 자신의 포지션을 지켰다. 대한항공이 2020~21시즌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데도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전역 이후엔 좀처럼 코트에 설 기회가 없었다. 올 시즌 25경기에 나섰으나 105득점에 그쳤다. 군 입대전 2023~24시즌(36경기 559점)과 차이가 컸다.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였다.
경기 뒤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은 "러셀이 이날 목에 담이 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동안 임동혁이 보여준 헌신, 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며 "아포짓 포지션 특성상 공을 더 달라고 하는 의지를 나타내야 했고, (임동혁이)그런 부분들을 매일매일 훈련 때 보여줬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큰 기회들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칭찬했다.
사실 임동혁이 복귀 후 곧바로 활약할 수 없었던 건 국가대표 차출 이후 부상 때문이었다. 상무 소속이었던 임동혁은 지난해 8월 동아시아선수권 MVP에 오르며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9월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2경기(합계 22점)만 뛰었고, 허리 통증으로 마지막 핀란드전에선 뛰지 못했다. 자연히 10월 전역 이후에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임동혁은 "세계선수권 전부터 허리가 안 좋긴 했다. 통증을 줄이고 가서 나갔는데 상대 블로킹 벽이 높고 단순히 때려서 안 되니까 무리해서 몸을 틀어치다 보니 좋지 않아졌다. 그러다보니 몸을 사리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계속 제자리에 머무는 느낌이었다. 4라운드 때부터는 통증이 줄었다. 그래서 100%, 120%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한 발 뛸 때 두 발 뛰면서 연습을 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 몸 상태는 100%인 거 같다. 경기 감각만 올라오면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누구보다 아쉬운 건 자기 자신이었다. 임동혁은 "'이번 시즌 왜 이럴까'란 생각을 했다. 군대에서 '임동혁이란 선수가 많이 준비했구나'란 말을 듣고 싶어서 운동을 많이 했고, 쉬는 날에도 체중 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며 "전역하고 바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초반부터 기량을 못 보여줘서 내 자신에게 실망도 컸다. 무너진다면 그 정도 선수니까 회복하고, 치료하고, 준비하면 어느 순간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임동혁이 없는 동안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게 우승컵을 내줘 5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임동혁의 우승에 대한 갈망도 그만큼 더 커졌다. 그는 "형들이 장난 삼아 '(네가 가니까)우승 못하잖아'란 이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팀이 너무 잘나가면 잊혀질 것도 같았다"며 "지난 시즌 아쉽게 팀이 우승을 놓쳐 더더욱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 내게 더 실망했다. 눈치도 보고 주눅도 들었다. 오늘 잘 했다고 어깨 올라가지 않고 평정심과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이런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늘 우승을 하던 대한항공 선수들이지만 정작 중요한 시기가 되자 말을 아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동혁은 "우승 얘기는 하지 않는다. 한 경기, 한 경기 멀리 보지 않고 앞만 보고 있다. 버티고, 버티고, 끝까지 버티는 팀이 우승하지 않을까"라며 "똘똘 뭉쳐서 7명 뿐 아니라 웜업존의 선수까지 다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해서 대한항공이 마지막에 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