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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하늘 사람’이 되려면

중앙일보

2026.03.0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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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경 원불교청라교당 더시그넘하우스청라 교무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콧노래가 들려온다. 실버타운의 식당과 로비가 둘러싸고 있는 중정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흥얼거리는 아버님의 노래다. 불상(佛像)의 반개(半開)처럼, 눈을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알듯 말 듯 해서 “눈 좀 뜨고 다니세요”라는 소리를 자주 들으시는 분이다. 표정은 또 어떤가. 좋은 것인지 싫은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늘 같은 표정이다.

욕심은 죄가 없어, 마음이 문제
욕심 도리어 키워 큰 뜻 품으면
저절로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

무슨 노래를 부르시는 것이냐 여쭈니 “즐거운 나의 집 노래가 저절로 나와요” 하신다. 식사 후 중정을 산책하며 햇빛 샤워를 하다 보면 ‘더 이상 행복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고 한다.

노래를 할 때의 표정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미소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입가에 고졸한 미소를 띠고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뇌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 미술학계에서는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말할 때 고대 그리스 신상들의 미소를 비교하곤 한다. 고대 그리스 신상들의 ‘아르카익 스마일(Archaic smile)’에 삶의 행복과 건강을 표현했다면,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기쁨과 슬픔이 섞인 무언가 초월한 듯한 형상’이라고 한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삶의 다양한 계절을 살아온 세월이 내려앉은 아버님의 얼굴에 깃든 표정과 미소를 보며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떠올랐나 보다.

무표정의 얼굴에도 눈에 띄는 웃음을 보일 때가 있으니, 바로 이웃집에서 어린이 친구들이 놀러 올 때다. 이웃인 어린이집 친구들과 한 달에 두 번씩 함께 어울리는 세대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6~7세 어린이들과 60~80대 노인들이 만나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리고, 비석 치기와 제기차기, 비눗방울을 만들며 노는 시간이다. 몇십년의 차이가 나는 두 세대의 친구들이 놀이하는 동안 꺄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어울려 장난치고 놀다 보면 어느새 표정은 둥글둥글, 마음은 몽글몽글해진다.

원불교에서는 어린이들을 ‘하늘 사람’이라고 한다. 하늘 사람이 하늘나라에 멀리 있는 것이 아니요, 마음 가운데 털끝만큼의 사심(私心)이 없는 어린이들이 바로 하늘 사람이다. 또, 어린이처럼 항상 욕심이 담박하고 생각이 고상하여 맑은 기운이 위로 오르는 사람을 하늘 사람이라 부른다. 반대로, 항상 욕심이 많고 생각이 비열하여 탁한 기운이 아래로 처지는 사람을 땅 사람이라고 한다. 하늘 사람과 땅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욕심’이다.

욕심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불교에서는 인간이 집착하기 쉬운 다섯 가지 욕망을 ‘오욕(五慾)’이라고 한다. 이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근원이라고 해서 수행을 통해 내려놓고 조절해야 할 대상으로 다룬다.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욕심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화날 때도, 괘씸할 때도, 서운할 때도 생긴다.

어떻게 하면 오욕을 없애고 욕심을 초월해 언제나 우아하고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욕심에는 죄가 없다. 욕심을 대하는 각자의 마음 자세가 하늘 사람과 땅 사람의 차이를 만들 뿐.

원불교 교조 소태산 박중빈은 “세상만사가 다 뜻대로 만족하기를 구하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천만 년의 영화를 누리려는 사람같이 어리석나니, 지혜 있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십 분의 육(60%)만 뜻에 맞으면 그에 만족하고 감사를 느끼라” 했다. 또한, “욕심은 없앨 것이 아니라 도리어 키우라” 한다. 작은 욕심을 세상을 위한 큰 뜻으로 돌려 키우고 마음을 거기에 오롯이 집중하면 작은 욕심들은 자연히 잦아들게 되어 저절로 한가롭고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된다며 욕심에 대한 관점을 확장 시켜 준다.

사람 사람마다 자신만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곡절(曲折)이 있다. 삶의 과정 굽이굽이 마다 부르는 노래는 자기만의 곡조(曲調)가 되고, 순간순간의 표정이 쌓이고 쌓여 인상을 만든다. 욕심 없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만 살아갈 수는 없지만, 텅 비었으되 가득 찬 하늘 같은 마음으로 살다 보면 하늘 사람이 되어가지 않을까.

한진경 원불교청라교당 더시그넘하우스청라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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