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주이란 한국 대사관으로 긴급 대피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2일 김혁 한국외국어대학교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동이 가능한 인원들이 비교적 안전한 대사관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며 “이란 유학 중인 제자 1명이 ‘무사히 대사관으로 이동을 완료했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알렸다. 그는 “이란 정부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을 발표하며 일주일의 공휴일과 40일의 추도 기간을 선포했는데, 이에 맞춰 한국인들이 대사관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란에는 약 60명의 한국인이 체류 중이다. 김 교수는 “대사관이 하루 두 번씩 통신망을 이용해 한인들 안전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대피한 이들 중엔 올 시즌부터 이란 프로축구 리그로 진출한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기제 선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선수는 조만간 대사관 도움을 받아 인근 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다. 위험한 현지 상황을 고려해 소속팀인 ‘메스 라프산잔’과의 잔여 계약은 우선 해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이란의 공격은 ‘정밀도’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중동 국가에 있는 한인들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실제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바레인 주둔 미 해군 제5함대, 아랍에미리트(UAE) 내 미군 기지 등을 향해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은 대사관과 한인회를 통해 ‘투트랙’으로 대피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강근 한인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한인회는 자체적으로 교민들을 모아 1~2주 정도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대피할 예정”이라며 “지난 1일 한인회 임원회에서 계획을 의결했고, 이동은 주중에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도 단기 체류자들의 접수를 받고 있고, 조만간 이집트 카이로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카이로 공항도 사실상 폐쇄 상태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인들이 장기간 이집트에 갇혀 있게 될 수도 있어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태식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지역 한인회장, 곽선규 바레인 한인회장 등 일부 중동 한인회장들은 현재 아프리카 케냐에 발이 묶여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및 중동 한인회장 등으로 구성된 아중동한인회총연합회가 지난달 23~28일 케냐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는데, 공습으로 인해 케냐 공항이 갑자기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태식 회장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지만, 수시로 한인회와 소통하고 있다”며 “다행히 아직까지 인명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전자·건설·방산 등 분야에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사우디에는 한국인이 약 3000명 체류 중이다. 김효석 사우디 중부지역 한인회장은 통화에서 “아직은 평상시랑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