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자식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어 지금의 청년세대는 인지능력도 부모세대보다 뒤진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인지신경과학자 재러드 호바스 박사가 ‘기술이 미국 청소년에게 주는 영향 조사’ 관련 상원 청문회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지금의 아동·청소년(Z세대)은 이전 세대보다 주의력·기억력·문해력·수리력 등 거의 모든 인지 측정에서 낮은 성과를 보인 역사상 첫 세대다. 호바스 박사는 인지능력 감소의 주된 원인은 2010년 무렵부터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이 광범위하게 도입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보다 인지능력 낮은 첫 세대
AI에 빠져 상상력 퇴화하지 않게
학교·가정에서 읽기·쓰기 교육을
인간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은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라는 교육 문제로 직결된다. 정부는 연초에 AI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행동 계획을 발표하면서 초·중·고 모든 학년의 AI 교육 필수 이수, 교육과정과 교과서 체제개편 등을 교육 분야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학교 현실과 별개로 AI는 이미 학생들의 일상 속으로 깊게 들어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7명꼴로 대화형·생성형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챗GPT 같은 AI를 사용해 공부하면 실력이 늘까. AI 활용의 교육적 효과에 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연구 보고서는 한국 교육이 고민해야 할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소개된 몇몇 국가 사례를 보면 AI를 사용해 공부하면 당장 성적이 오르는 것 같지만, 결국 AI 없이 공부한 학생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학생들이 AI로 답을 쉽게 얻으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건너뛰었고, 그래서 진짜 실력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 뇌는 9(초등 3학년)~32세 사이에 폭풍 성장한다. 이 시기에 무엇을 공부하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뇌의 심화 숙성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시기에 AI 도구에 의존해 정보처리를 외주화하면 인간 뇌는 그만큼 덜 발달하게 될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AI 분야 최고 혁신가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CEO)가 교육에 대해 밝힌 지론은 되새겨 볼 만하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응력이지만, 학생들은 근본적 원리를 다루는 기초학문과 자신의 열정을 결합해 학습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이는 OECD 보고서가 강조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주요 과목의 기본 지식과 기술은 AI 없이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계산기를 쓰기 전에 기본 산수를 배워야 하는 이치다.
AI가 생성한 콘텐트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구글·MS 등 AI 선도 기업들은 최근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찾는 채용공고를 냈다. AI가 아무리 콘텐트를 잘 만들어도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 담긴 감동적 서사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역사에 근거한 이야기의 힘은 영감과 직관의 원천이 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리어왕』을 읽고, 일론 머스크가 SF소설에서 받은 감동으로 혁신의 세계관을 얻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AI 만능시대에 인간이 살아남을 길은 인간 고유의 학습과 끈기를 통해 무언가 성취하는 열정을 북돋우는 것이다. AI가 의사·변호사·작가를 대신하는 세상이라지만, AI가 인간의 성취 욕구와 열정을 무력화할 수는 없다.
흔히 젊은 층이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이유를 저성장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구조적 요인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에게 인간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교육정책의 개입을 통해 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스마트폰·PC 화면보다는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사고를 통해 학습하도록 진화해왔다. 아이들이 달콤한 기술에 빠져 생각과 상상력의 근육이 퇴화한다면 다음 세대의 혁신은 AI가 주도할지 걱정된다. AI 기술은 배워야겠지만, 읽기·쓰기(손글씨) 같은 인간의 아날로그 소양 교육은 학교와 가정에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