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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시시각각] 짜장면과 서울 아파트

중앙일보

2026.03.0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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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논설위원
“짜장면값 떨어지는 거 봤어요? 서울 아파트값은 짜장면처럼 계속 올라갑니다.”

설 연휴 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들은 얘기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 아파트 공급은 부족하고 시중에는 돈이 넘쳐난다. 그러니 지금은 비싸 보여도 앞으로도 계속 오를 거라는 말이었다.

대통령 SNS 압박, 시장 움직였지만
공공임대도 빵 아니라 시간 걸려
부동산세제·공급은 꾸준해야 성공

사실 그의 말은 공급 부족이라는 절반만 맞는다. 짜장면값보다 서울 아파트값은 더 올랐다. 1980년 500원이던 짜장면값은 요즘 7000~8000원이니 14~16배로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25평 아파트값은 대략 2000만원에서 10억원 정도로 50배나 뛰었다. ‘꾸준히’ 오른 것은 짜장면값이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가격이 내려가진 않았다. 서울 아파트값은 기조적으론 올랐지만 그동안 대체로 네 차례 하락장을 거쳤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로 대량 공급이 있었던 1990년대 초와 외환위기 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기인 2008~2013년, 기준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됐던 2022년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대량 공급기나 경제위기 때 장기간 떨어졌고, 정부 정책 변화로 단기 하락을 겪기도 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의 SNS 압박이 시장을 움직였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가격이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 끝나는 게 확정되면서 ‘절세 매물’이 쏟아졌다. 마른 땅에 단비가 내린 것처럼 신축 아파트 공급 여력이 충분치 않은 이 시기에 당장의 공급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배운 게 있을까. 그렇다고 본다. 보유세 강화의 방향은 내비쳤지만 범위와 강도를 논하는 데는 신중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네 번 나왔다. 1년도 안 됐는데 네 번이나 되느냐는 이도 있겠지만 뜨거운 시장 분위기에 비해선 조심스럽게 대책을 냈다고 생각한다. 보유세 강화 방안은 여름 세제개편안에서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28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렸던 과거의 참담한 실패가 반면교사가 됐을 것이다.

대통령의 SNS 여론전을 넘어 합리적인 정책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완화했던 보유세를 정상화하는 건 옳은 방향이다. 보유세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올려야 시장이 적응하고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과세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전세 공급은 줄어드는데 전세 수요는 비탄력적이라 갑자기 줄어들기 어렵다. 결국 문재인 정부 때처럼 주거 약자인 세입자에게 보유세가 전가될까 봐 걱정된다.

주택시장의 오랜 신화인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어느 선까지 남겨둘지와 비싼 수도권 아파트를 청년에 우선 분양하는 게 좋은 정책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에서 “임차에서 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복원이 고가주택 지역에서도 주택정책의 목표여야 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생애소득을 넘어서는 고가 주택을 청년세대에 우선권을 주어 분양해 로또의 기회를 주는 것보다는 필요한 곳에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주거비를 줄여주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도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해 공공임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토로한 것처럼 아파트는 빵이 아니라 밤을 새워도 만들 수 없다. 임대주택도 빵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LH 같은 공기업이 토지를 비축해 임대주택과 공공분양 주택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세금도, 주택 공급도 꾸준해야 성공한다. 불황에도, 호황에도 흔들림 없이 오른 짜장면값처럼 말이다.





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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