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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실화된 대법관 공백, 후임 임명 절차 서둘러야

중앙일보

2026.03.0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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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 중 한 자리가 당분간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태악 대법관이 오늘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지만, 아직도 후임자가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법관은 임기 만료 한두 달 전에 후임자를 지명하는 게 관례였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대법관 퇴임 전날까지 후임 임명 절차를 끝내기는커녕 사람을 결정하지도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구나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여당의 ‘사법 3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사법부의 혼란은 깊어지고 있다. 대법원이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재판 지연이 더 심화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관 공백의 표면적 원인은 임명제청권을 가진 조희대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대법원장 사퇴 압박까지 가하고 있는 최근의 갈등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정치권과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가 부족하다며 2년 뒤 대법관 증원법을 강행 처리한 여당이 당장의 대법관 공석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 것도 아이러니다.

또한 노 대법관이 겸임해 온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후임자 선정 문제도 진통이 예상된다. 1963년 헌법 기구로 선관위가 창설된 이후 선관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겸임하는 게 60년 넘게 이어진 관례다. 간혹 대법관 임기 만료 후에도 선관위원장을 유지한 경우가 있지만, 후임자가 오기 전까지 임시 조치였다. 최근 조 대법원장은 후임 선관위원장 후보자에 천대엽 대법관을 내정했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선 천 후보자 내정에 반발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노 위원장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천 후보자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했을 때 여당이 추진한 사법 3법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배척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법과 원칙 그리고 순리에 따라 후임 선관위원장이 결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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