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기지를 넘어 걸프국들의 민간 인프라까지 공습하고 있다. 주변 국가를 의도적으로 분쟁에 끌어들여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면 이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중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른바 ‘물귀신 작전’이지만, 외려 걸프국들의 반발을 불러 역풍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 등 미군기지와 자산이 있는 주변 중동 국가들의 국제공항 등 주요 인프라를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집중 타격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하자 즉각 보복에 나선 이후 사흘째 이어진 공습이다.
특히 중동 지역의 교통 핵심 허브인 UAE가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지난해 전 세계 국제선 여객 수 1위(약 9200만 명)를 기록한 UAE 두바이국제공항이 드론 공격을 받아 4명이 다쳤고, 모든 항공편 운항이 무기한 중단됐다. UAE 국방부는 전날 이란에서 탄도미사일 165기, 드론 541기가 날아왔으며 이 중 드론 35기가 방공망을 뚫고 떨어져 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공항 역시 이란제 드론의 표적이 됐다. 글로벌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 1일에만 중동 내 7개 공항에서 항공편 3400편 이상이 취소됐다.
공항뿐이 아니다. 쿠웨이트통신은 이날 “오늘 새벽 주요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아 작업자 2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오만 두쿰 항구도 드론 공격을 받아 항만 노동자 1명이 다쳤다. 지중해 섬나라인 키프로스에 위치한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도 이란제 자폭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영국이 군사작전을 펼칠 때 핵심 거점으로 활용해 온 곳이다.
이란이 주변 중동 국가의 민간 시설까지 공습 목표로 삼은 것을 두고, 이들 국가의 비즈니스·관광 허브 이미지에 타격을 줘 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작전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관련된 모든 국가가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초토화 전략”이라며 “‘우리가 무너지면 너희도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면 미국·이스라엘이 작전을 중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가랑비처럼 이뤄지는 공습은 소모전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국가들은 이란을 일제히 비난하며 결속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바레인·오만·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고 “국가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고 영토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선택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WSJ는 “이란이 역내 부유한 국가들의 경제 인프라를 마비시켜 군사작전을 중단시키려 했으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와 동맹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이란의 미사일·드론 능력을 발원지에서 파괴하기 위한 방어적이고 비례적인 조치를 허용하는 걸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랑스 샤를 드골 항공모함 전단은 발트해에서 동지중해로 향했고, 영국은 미국 측 요청을 수락해 자국 군기지 사용을 허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