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했지만, 먼저 문을 연 아시아 증시는 우려했던 ‘블랙 먼데이’를 피했다. 한국 증시는 3·1절 대체휴일로 휴장한 가운데 주요 아시아 증시는 약세였지만 충격은 크지 않았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2.7% 급락했으나 서서히 낙폭을 줄여 1.35% 떨어진 5만8057.24에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14% 하락한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47% 상승했다. 시장에선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의 충격이 클 것으로 봤지만, 우려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이란 갈등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황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낙폭을 제한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과도한 공포심리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중동전쟁 사례를 되짚어보면, 코스피는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기존 추세로 복귀하는 흐름을 반복해 왔다. 지난해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당일에도 국제유가 상승 우려로 코스피는 하루 새 0.87% 빠졌지만, 다음 날부터는 다시 상승해 휴전이 발표된 같은 달 24일까지 기존보다 6.29% 올랐다. 다만 이때는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했지만,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아 ‘오일쇼크’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 증시에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1~4차 중동전쟁 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쟁 직후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반복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948년 1차 전쟁 발발 당일 S&P500은 3.8% 내렸지만, 한 달 후에는 전쟁 직전보다 10.3% 올랐다. 1967년 3차 전쟁 때도 첫날엔 1.5% 빠졌지만, 전쟁이 이어진 6일간 3.5% 올랐다.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국유화로 촉발된 1956년 2차 전쟁은 예외였다. 해상 물류 차질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약 두 달의 전쟁 기간에 17.9%까지 내렸다.
네 차례 전쟁의 평균을 계산해 보면 전쟁 첫날엔 1% 하락했지만, 일주일 후와 한 달 후에는 각각 3.1%, 2.5% 반등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증시는 전쟁 기간 하락분을 만회하며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경기 침체, 증시 추락으로 도미노 충격이 일어날 수 있다. 당시 코스피는 6개월간 13% 하락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가 전쟁 직후 2주 만에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물가가 뛰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코스피는 기존 지수를 회복하기까지 약 1년 반이 걸렸다.
들썩이는 국제유가도 금융시장의 복병이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미 동부시간 1일 밤 11시30분 기준 전 거래일(72.87달러)보다 9.2% 급등한 배럴당 79.55달러까지 치솟았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10~15달러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며 “주요 석유 수입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0.4%포인트 감소하고, 이에 따라 증시의 단기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