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가 불안해지자 가전·식품 등 대(對)중동 사업을 전개해 왔던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오일머니’를 겨냥했던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중동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인근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축소되거나 역내 제품 수요 둔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업계는 북미와 유럽 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추진해 왔다. 중동 지역에서 스마트폰 1위(36%, 지난해 4분기), OLED TV 점유율 1위(52.6%, 3분기 누적 매출)를 굳혔던 삼성전자는 수요 위축 우려가 크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규모 신제품 행사(LG 이노페스트)를 열었던 LG전자 역시 마케팅 효과가 꺾일 위기에 처했다.
이 밖에 LG전자는 UAE·사우디아라비아 등에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제품 등 냉각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고, 삼성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점으로 네옴시티 사업에 참여 중이다. 추가적인 국가 주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
K푸드는 수년간 공들인 공든 탑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 수출된 K푸드 규모는 전년보다 22.6% 증가한 4억1000만 달러(약 6000억원)였다. K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중동에서의 매출액이 660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사우디·UAE·이라크 등에서 단체급식 사업장을 운영 중이고, 파리바게뜨는 중동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지 무슬림 소비자들을 위해 할랄(Halal·이슬람 율법상 허용) 인증을 받거나 추진 중인 기업도 늘었다. 그간 K푸드가 중동을 신시장으로 삼고 개척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중동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 부담은 늘고, 현지 소비는 얼어붙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을 보고 본격적인 중동 시장 개척을 계획하던 기업들로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해 사업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봉쇄가 언제 현실화할지 모르고 인근에서의 공격도 격화하고 있다.
이에 해운업계 고민도 커지고 있다. 화주로부터 받는 운임이 높아지긴 하지만, 연료비가 증가하고 운송 기간이 늘어나며, 안전 위협 확대로 보험료도 할증되는 등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방산·자동차·식품 등의 수출까지 영향이 미친다.
신한금융·NH농협금융·국민은행·하나은행 등은 5조~12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실물 충격 최소화에 나섰다. 주로 중동 지역 수출입 실적이 있는 기업과 협력업체가 대상이다. 긴급 경영안전자금 지원, 대출 만기 연장(최대 1년 연장), 1~2%포인트 금리 인하 혜택 등이다.
한편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호르무즈해협을 운항하던 HMM의 컨테이너선 1척은 이 지역을 빠져나왔고, 한국 측 유조선·벌크선 등의 운항과 관련해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