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정권 교체 작전인 ‘장대한 분노’는 미군이 최근 발전시키고 있는 ‘전 영역(all domain) 작전’의 테스트 베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이 이번 작전에서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 등 다영역 작전은 물론 인간 정보(HUMINT·휴민트), 인공지능(AI) 등 전통·신흥 요소를 입체적으로 결합한 작전을 벌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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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 폭격기, 신형 탄도탄도 실전 투입
미 중부사령부는 1일(현지시간) “어제 대규모 미국의 공습으로 뱀의 머리를 잘랐다(cut off the head of the snake)”며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의 군 수뇌부를 제거했음을 강조했다. 이란 핵 시설 제거 작전인 ‘한밤의 망치(지난해 6월)’에 동원된 B-2 전략 폭격기가 이번 작전에 투입됐다고 밝히면서다.
F-22 랩터, F-35 스텔스기, F/A-18 슈퍼 호넷 폭격기 등 미국의 주력 공중 자산과 루카스 자폭드론,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제거 작전인 ‘확고한 결의’에 투입됐던 EA-18G 그라울러 등 전자전 장비 등도 동원됐다는 게 사령부의 설명이다.
또 미국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미 육군의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인 정밀타격미사일(PrSM·Precision Strike Missile)도 처음 포착됐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에 따르면 PrSM의 사거리는 최대 500㎞로, 기존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에 비해 사거리가 크게 향상됐다. 에이태큼스의 최대 사거리는 300㎞다.
이 외에도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하이마스), 패트리엇·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지상 전력이 동원됐고, 해상에선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 에이브러햄 링컨(CVN-72)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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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이버전도 총동원
AP통신·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 앞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휴민트망과 미 중앙정보국(CIA)의 통신 감청·위치 추적 등 신호 정보(SIGINT)가 총동원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몇 주 전부터 이란의 고위층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하메네이의 고위급 회의 참석 여부 및 시간을 정확히 특정했다.
하메네이의 가족과 측근 약 12명에게 도주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60초 이내에 세 차례 연쇄 공격을 퍼붓는 시나리오”를 설계했다. 또 미국의 공습 직후 이란 정부의 웹사이트가 다수 해킹되는 등 사이버 공격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 신흥안보연구실장은 “미군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對)인지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인지전 역시 전 영역 작전 개념에 통합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핵 항모 링컨을 탄도미사일 4발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는데,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즉각 “이란의 미사일은 링컨함에 가까이 오지도 못했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미 측은 X 계정을 통해 “이란 정권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등의 게시물도 올리고 있다.
미국이 공식 언론 발표 외에 SNS 등 가용한 모든 채널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내보내고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인지전으로 볼 수 있다. 중동 무장 정파 세력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SNS 여론전을 미군도 활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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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역 구슬 꿰는 AI…사람보다 빠르게 분석
미 중부사령부는 이에 더해 이번 작전에 ‘공개할 수 없는 특별한 전력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동시다발적이며 다양한 자산의 구슬을 꿴 건 AI 체계로 보인다. 미 현지 매체들은 이번 작전에서도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같은 AI 모델이 하메네이의 은신처 등 고가치 표적에 관한 정보 평가와 목표물 식별,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정부는 2018년 미 국방전략서(NDS)에 다영역 작전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군 지휘통제의 핵심 전략으로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이는 육·해·공 전 영역의 센서와 타격 자산(슈터)을 AI 네트워크로 연동해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각종 자산이 수집한 통신·전자 정보, 이미지 등 방대한 정보들을 평가·판단하는 데 인공지능이 개입하면, 사람이 하는 것보다 신속·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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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방패도 적용…‘방어 연습’은 차이
미 측은 이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연합·합동전영역지휘통제(CJADC2)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이번 연합 작전에서도 이런 개념을 점검해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미 측이 잇따라 선보인 작전이 언제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노리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는 뜻도 된다.
이달 9일부터 시작되는 FS 한·미 연합연습·훈련에도 이런 요소가 들어있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25일 FS 연합연습 시행 계획 발표에서 “도전적 전장 환경 등 현실적인 상황을 연습 시나리오에 반영함으로써 ‘연합·합동 전영역 작전’을 포함한 동맹의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FS는 방어적 성격의 연습으로, 예방적 공격은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작전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북한이 드론과 미사일·포탄을 섞어 쏘는 공격 상황에서 표적 식별과 우선순위 판단을 위해 AI 요소를 도입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