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재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신경전이 절정을 향하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2심 무죄 판결과 검찰의 상고 포기로 피선거권을 확보한 송영길 전 대표가 복당 절차를 마무리하고 옛 지역 조직을 재가동하기 시작하면서다. 집권 초부터 계양을 출마를 계획해 온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맞서 공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송 전 대표보다 하루 먼저 지역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2일 경인교대 예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쉬운 정치, 김남준 북콘서트’에는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20여명이 총출동했다. 김 전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의 어깨에서 보고 배운 모든 것을 기록했고, 치열했던 현장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고 했다. 2005년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김 전 대변인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함께 ‘성남라인’, ‘경기 4인방’ 등 최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정 대표는 무대에 올라 “폭압 속에서 이재명을 떠나지 않고 손발이 되어준 김남준에 아낌없는 박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도 3일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지역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무죄 판결 후 줄곧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정치적 고향에서의 재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주변의 공통된 기류다. 16대 이후 계양을에서 5선을 한 송 전 대표는 4년 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옮겼던 주소지를 지난달 계양구로 다시 옮기고, 복당 신청서도 서울시당이 아닌 인천시당에 냈다. 2일에는 박형우 전 계양구청장과 맨발로 계양산에 올랐다며 “고비마다 제 마음을 다잡게 해 준 곳, 다시 시작하게 해 준 계양산”이라는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양측 기싸움이 팽팽해질수록 여권 내 시선은 정청래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리고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치 신인과,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내 줬던 전직 당대표가 맞붙는 건 흔치 않은 그림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에서 송 전 대표 복당 의결을 직접 발표하면서 “25% 감산 불이익 조치가 있을 수 있는 사항을 제가 근절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겉보기엔 환영 인사지만, 당내에서는 “송 전 대표에게 인천시장에 나오는 박찬대 의원의 지역구(인천 연수갑) 출마를 권유한 뒤,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선에 붙이겠다는 복선”(수도권 지역 의원)이라고 해석됐다.
연수갑에서 내리 3선을 한 박 의원 측은 송 전 대표의 연수갑 공천 가능성에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2일 박 의원도 인하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지방선거 인천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는데, 인천시당 관계자는 “본선 직행이 사실상 확정된 박 의원도 지역에선 인지도 높은 중진”이라며 “이미 시장에 대표까지 지낸 거물급 선배가 지역구로 오는 것이 썩 탐탁치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송 전 대표의 시선은 계양을을 향하고 있지만 몸은 전국을 누비고 있다. 이날 전북지사에 도전하는 3선 안호영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했고, 1일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첫 시장에 도전하는 신정훈 의원과 공재광 전 평택시장, 김희철 인천 연수구청장 예비후보 등에게 영상 축사를 보냈다. “현역 의원 등 벌써 열댓명 이상이 축사를 요청했다”(송 전 대표 측)는 것인데,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해 “당 대표도 생각할 수 있고 대권 후보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큰 지도자”라고 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반(反)정청래 성향의 ‘뉴이재명’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디시인사이드 ‘이합갤’(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 “송영길 당 대표 카드 괜찮지 않나”는 취지의 글이 이날까지 여럿 올라왔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3~24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에게 조사(ARS 무선전화 방식)해 발표한 민주당 차기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송 전 대표는 19.4%로 정 대표(21.6%), 김민석 총리(18.8%)와 오차범위 내에서 3파전 구도였다. 당 관계자는 “정 대표가 오는 4~5일쯤 송 전 대표를 직접 면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