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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흉기 협박…CCTV 앞서도 추행" 입소자 19명 '색동원 악몽'

중앙일보

2026.03.02 12:00 2026.03.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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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색동원 시설장 김모(62)씨가 “(색동원) 복도에서 바지를 벗고 돌아다니고, 아침이든 저녁이든 만졌다”는 피해자 진술이 확인됐다. 일명 '인천판 도가니'로 불리는 이 사건 수사 결과, 김씨는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피보호자 간음 등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 송치됐다.

2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한 40대 여성은 “(김씨가) 폐쇄회로(CC)TV가 있는데도 만졌다”며 이같이 진술했다. 그러면서 “싫다고 소리치면 입을 막거나 크게 소리를 지른다”고도 주장했다. 다른 피해자는 “김씨가 방에 칼을 들고 들어와 만져달라고 요구했다”며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게 겁을 줬고, 엄마나 아빠한테 말해도 (나를) 데리러 안 온다고 협박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성적 학대를 할 때는 선생님들을 심부름 보내거나 외출을 보낸다”는 증언도 나왔다. 성적 학대가 우발적으로 벌어진 게 아니라, 긴 시간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 1월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가 전문 기법을 활용해 입소자들을 조사한 뒤 작성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의 일부를 공개했다. 조사를 의뢰한 강화군이 내용을 전면 비공개해 피해 사실이나 규모 등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후 김씨 신병 확보로 증거 인멸 우려 등이 사라진 만큼 피해자 지원 단체 등에선 보고서 상세 내용의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색동원 시설장 A씨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범행 장소로 방과 소파, 2층 카페 앞 복도를 특정했다. 범행에 밧줄 등 도구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 여성은 줄로 손을 묶으려 하자 손으로 비는 행동을 했고, 또 다른 여성 역시 밧줄로 묶는 행위에 집착하는 성향을 보였다. 장애 정도를 고려할 때 직접·반복적 경험에서 이런 행위를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비언어적 표현으로 피해 확인
색동원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도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조사에서 간단한 대답이나 손짓과 발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피해 사실을 전했다. 한 피해자는 성폭력 당했을 때의 기분을 묻자 “아파요”라고 답했다. “바지를 벗겼냐”는 질문에는 “네” “응”이라고 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는 “김씨가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상의를 들어 올리거나 성기에 손을 가져다 대는 등의 몸짓으로 상황을 재연하기도 했고, 다른 피해자의 바지에 손을 넣거나 방에 들어와 성적으로 학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다수 나왔다.

또 남성을 보면 뒷걸음질 치거나 허락을 구하는 등 장시간 억압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거나 김씨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진술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인 입소자도 있었다. 특히 한 여성은 남자 관찰자(조사자)가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하자 ‘아아악’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는 성적 학대뿐 아니라 “가슴과 얼굴을 발로 밟혔다” “팔을 돌려 꼬집거나 폭행했다”며 폭행과 관련된 피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언론에 공개된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연합뉴스

조사에 참여한 여성 19명 모두 김씨에게 성폭행 등 성적 학대당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30~60대 중증발달장애인으로, 이 중 13명이 부모나 형제가 없는 무연고자다. 경찰은 지난달까지 이들을 비롯한 총 20명의 여성 장애인을 조사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3명만을 성폭력 피해자로 특정했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김씨가 송치된 날인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고 “성폭력 피해자를 단 3명만 인정한 것은 거주시설 내 장애인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명백한 수사의 한계”라며 “검찰 송치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피해자 전원이 법의 보호 아래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역시 김씨 송치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색동원을 거쳐 간 입·퇴소자를 전수 조사해 성폭력 등 학대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 성폭력 외 폭행·감금 등 학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8명을 추가 확인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4명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또 보조금과 장애인 수당 유용 의혹 역시 수사하고 있다. 강화군은 색동원 시설 폐쇄 절차에 착수했고, 시설에 남아 있는 남성 입소자 16명에 대한 전원조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우석대 연구팀이 남성 입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차 조사에서도 다수가 폭행 등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색동원 입소자 19명 심층조사 보고서 내용
1. A씨: 김씨가 색동원 2층 카페 앞 복도에서 A씨 바지 안에 손을 넣는 장면을 P씨가 목격했다고 진술. 그러면서 P씨는 “김씨가 안들어 가는 방은 없다”고도 말해. R씨도 A씨의 성폭력 피해를 목격했다고 진술. A씨도 성적 학대 피해를 묘사한 질문에 “네”라고 대답. A씨는 남성을 보면 뒷걸음질 치거나 허락을 구하는 등 장시간 억압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특징을 보임.

2. B씨: 같은 방을 쓰는 I씨가 B씨의 성폭력 피해를 진술. 김씨가 2층 카페 앞 복도에서 B씨 바지 안에 손을 넣는 장면을 P씨가 목격했다고 진술. Q씨도 성폭력 피해자 중 한 명으로 B씨를 지목하며 “(김씨가) 복도에서 바지를 벗고 돌아다니고, 아침이든 저녁이든 만졌다”고 진술.

3. C씨: 김씨를 아빠라고 부름. 아빠가 옷을 벗고 생식기를 보여준 장소로 소파를 가리킴. “바지를 벗겼냐”는 질문에 “네”와 “응”으로 대답. 성폭력 피해 당시 기분을 묻는 말에 “아파요”라고 대답. C씨가 여자 선생님으로부터 폭행당한 것을 목격했다고 N씨가 진술.

4. D씨: 김씨가 D씨를 만졌으며, 싫다고 소리치면 입을 막았다고 Q씨가 진술.

5. E씨: 김씨가 E씨 바지 안에 손을 넣는 장면을 P씨가 목격했다고 진술. R씨는 성폭력 피해자 중 E씨 사진에 동그라미. 묶기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어 밧줄과 관련된 추가 조사 필요.

6. F씨: R씨가 F씨의 성폭력 피해를 목격했다고 진술.

7. G씨: 아빠(김씨)가 G씨의 옷을 벗겼다고 R씨가 진술. 어떻게 벗겼냐는 질문에 G씨는 상의를 속옷이 보이도록 들어 올림. 자신의 몸에 김씨 몸이 닿았냐는 질문에 “응”이라고 대답.

8. H씨: 관찰자(조사자)가 몸을 만지려고 하는 등의 행동을 하면 강한 거부감을 표현함. 남자 관찰자가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하자 ‘아아악’하고 비명을 지름. 자신의 카드를 선생님들이 어떻게 쓰는지 모르고 있다고 진술. H씨의 성폭력 피해를 목격했다고 R씨와 P씨가 진술.

9. I씨: 김씨가 좋은 사람이냐고 묻자 고개를 저음, 나쁜 사람이냐고 묻자 “에에”라고 대답. 성폭력을 당하거나 김씨의 몸을 본 적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임. 좋은 사람 찾기 놀이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각각 1명을 지목. 나쁜 사람이 때렸냐는 질문에 “에에”라고 말하여 고개를 끄덕임.

10. J씨: J씨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Q씨와 R씨가 진술.

11. K씨: K씨가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P씨만 진술. 추가 조사 필요.

12. L씨: “L씨 등이 성적 학대를 당할 때는 (선생님들을) 심부름 보내거나 외출 보낸다”고 Q씨가 진술. R씨는 성폭력 피해자 중 L씨 사진에 동그라미.

13. M씨: 아빠(김씨) 이름을 말하지 못하게 하며, 다른 사람이 진술할 때 “아니야”라고 방해함.

14. N씨: 김씨의 몸을 봤다고 진술. 김씨가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상의를 걷어 올림.

15. O씨 : O씨가 성폭력 피해와 폭행을 당했다고 Q씨와 R씨가 진술. 줄로 묶으려 하자 손으로 싹싹 비는 행위를 함. 장애 정도를 고려할 때 직접·반복적 경험에서 이런 행위를 터득한 것으로 보임.

16. P씨: 김씨가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고 진술. “하지 말라”고 하면 (김씨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고 진술. CCTV가 있는데도 여자 입소자들을 만졌다고 진술. 입소 전에는 약을 먹지 않았지만, 색동원 입소하고부터는 머리 때문에 약을 먹고 있다고 진술.

17. Q씨: 김씨가 가끔 성적으로 만진다고 진술. 어디서 그러느냐는 질문에 “방”이라고 대답. 하지 말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진술. 김씨가 “Q야 만져줘”라고 요구했다고 진술. 김씨가 방에 들어와 칼을 들고 만져 달라고 요구하며 “찌를까”라고 협박했다고 진술. 김씨가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게 겁을 주며 “엄마, 아빠한테 말해도 너 데리러 안 온다”고 협박했다고 진술. 김씨가 다른 입소자들을 성적 학대할 때 하는 손 모양 등을 직접 표현. 8년 동안 자신을 때렸다고 진술. 선생님께도 맞은 적이 있고, 자신의 가슴을 때리거나 발을 밟고 팔을 꺾었다고 진술.

18. R씨: 김씨를 아빠라고 부름. 옷을 벗겼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며 상의를 들어 올림. 벗기고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발목과 양손을 누르며 성기를 손으로 잡는 모습을 재연.

19. S씨: S씨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Q씨가 진술.



변민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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