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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3법' 건당 5.5시간 논의…與도 못말린 秋 '일방통행 법사위'

중앙일보

2026.03.02 12:00 2026.03.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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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조사한 것도 있고, 소부도 세 부 정도 만드는 게 적당하고, 그러면 26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수정을 바랍니다.”

지난달 11일 밤 10시 36분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마무리되기 직전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꺼낸 말이다. 2일 중앙일보가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법·대법관 증원법)등 민주당의 사법부 개편 관련 법사위(소위 포함) 회의록 21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대법관 증원법 추진 과정에서 국회 속기록에 ‘26명’이라는 숫자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안을 회의에 상정했지만, 논의가 재판소원법에 집중돼며 산회 직전에야 이 의원이 26명 수정안을 급하게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과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했다. 이 의원의 제안 직후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날치기”“이 대통령 재판 뒤집기 법”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대법관 증원법과 재판소원법을 모두 강행 처리했고, 19분 뒤인 10시 55분 산회를 선포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약 40년간 14명으로 유지돼 온 대법관 정원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논의 없이, 현직 대통령에게 재임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장면이다.

이렇게 법사위를 통과한 사법 3법은 지난달 26~28일 차례로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또 썼다”고 자평했지만, 친여 진영에서조차 “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법안”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법사위원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통화에서 사법 3법의 처리 과정을 회상하며 “생선을 마치 어묵으로 짓이겨 만들듯 법사위에서 법안이 졸속으로 통과되고 있다”고 했다.

차준홍 기자
지난해 8월 닻을 올린 ‘추미애 법사위’가 반 년간 이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법사위가 법왜곡죄(5시간 50분), 대법관 증원법(5시간 38분), 재판소원법(5시간 19분)등 사법 3법에 할애한 논의 시간은 법안당 평균 5시간 36분이었다. 그마저도 방송 카메라가 켜져있는 전체회의 시간 대부분은 정치적 공방으로 채워졌다. 비공개로 법안 심사가 이뤄지는 소위원회만 놓고 보면 평균 논의 시간은 1시간 45분이었다.

여야가 합의한 공청회는 한 차례도 없었고, 표결 역시 야당이 반발하거나 퇴장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법왜곡죄는 2024년 9월 23일 전체회의(95분)에 상정돼 1소위로 회부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20일(32분)과 12월 1일(30분) 1소위 논의, 12월 3일 안건조정위(76분)를 거쳐 당일 전체회의(117분)에서 통과됐다.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법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본회의로 직행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통과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8시간 5분), 2차 종합 특검법(4시간 41분)의 논의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 위원장과 김용민 간사가 ‘일방통행 법사위’의 새 장을 열었다는 데에는 민주당 내에서도 크게 이견이 없다. 율사 출신 초선 의원은 “법사위에서 품질 낮은 법안을 일방적으로 올릴 때마다 지도부나, 동료 의원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고 느낀다”며“이런 식의 심사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역풍이 우리에게 돌아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추 위원장 취임 후 6개월간 여당 단독 표결로 처리된 법안은 83건, 법안 외 안건(증인 채택 등) 은 36건에 달한다. 야당이 요구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간사 선임의 건이나 민중기 특별검사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건 등은 모두 부결됐다.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아예 법안 읽을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했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의 법사위가 늘 이랬던 건 아니다. 21대 국회가 처리한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2020년 7월 27일 전체회의 상정 이후 1소위에서 7차례 끝장 토론을 거치는 등 총 10차례 회의, 33시간 37분에 걸친 논의 끝에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논의에 참여했던 야당 관계자는 “국민과 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조항을 놓고 끊임없이 수정 작업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 때도 민주당은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었다.

추 위원장 측은 “회의 속기록에만 근거해 법안 논의 시간을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원장실 관계자는 “개혁 법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크고, 윤석열 내란 사태 진압의 시급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법사위가 과거 상원처럼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장애물에서 벗어나는 것이 선진 국회”라고 밝혔다. 반대만 하는 야당과의 협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정·청간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쳤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상임위 활동을 ‘쇼츠’ 영상으로 제작해 지방선거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위원장은 지난달 4일 나경원 의원에게 “쇼츠 찍기 위해 계속 '범죄자 대통령'이라고 하는 거야? 쇼츠 그만 찍어. 그래서 범죄자 대통령이라고 하는 거냐”며 퇴장을 명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제작된 쇼츠. 유튜브 캡처
그럼에도 여권 일각에선 “추 위원장이 법사위원장 권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수도권 중진은 “추 위원장이 법사위원장 활동을 ‘쇼츠’ 영상으로 제작해 지방선거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며 “지도부가 법사위 눈치를 보니, 본회의 직전에야 법안을 수정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 지지 여론이 높을지라도, 국회에서 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채 법을 만든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태인.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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