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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사라" 알려준 뒤 리포트 낸 애널리스트…대법 "부정거래"

중앙일보

2026.03.02 13:58 2026.03.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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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기업분석보고서 발표 전 제3자에게 종목을 미리 사게 한 '선행매매'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직접적인 수익 배분 약정이 없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 기망 행위라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애널리스트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이씨로부터 정보를 듣고 선행 매매한 의혹을 받은 이진국 전 하나금융투자(현재 하나증권) 대표이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7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에 올랐던 이씨는 자신의 보고서가 공표되면 주가가 오르는 점을 악용해 소속 증권사 대표와 자신의 장모에게 부당 이득을 챙겨준 혐의를 받는다.

보고서 발표 전 이 대표 측과 장모 측에 종목을 미리 알려 주식을 사두게 했다. 이를 통해 이 대표는 약 1억3960만원, 자신의 장모는 약 1390만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2심은 이들이 직무상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점은 인정했으나 사기적 부정거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애널리스트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주식 보유 사실까지 고지할 의무는 없으며, 이씨가 수익을 직접 나눠 갖는 등 재산상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전에 매수한 사실을 표시하지 않은 채 해당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투자자들이 '제3자 사전 제공 사실 없음' 등의 문구를 신뢰한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를 공표해 객관적 동기에서 증권을 추천한다는 오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재산상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며 직접적인 수익 배분이 없어도 개인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면 부정거래가 성립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번 판결은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가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기망 행위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향후 금융투자업계의 직무 윤리와 처벌 기준에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고성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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