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만에 야당 집권 보츠와나…30년간 양당 번갈아 집권 가나
세네갈, 헌법위원회가 대선연기 제동…남아공 '흑백 연정' 20개월
[기로에 선 아프리카 민주주의] ④'투표로 정권교체' 모범사례는
58년 만에 야당 집권 보츠와나…30년간 양당 번갈아 집권 가나
세네갈, 헌법위원회가 대선연기 제동…남아공 '흑백 연정' 20개월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나는 우리의 민주적 절차가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연임을 원했지만, 존중하는 마음으로 물러나 원활한 정권 이양 절차에 참여하겠습니다."
남부 아프리카 내륙국 보츠와나가 196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58년간 계속해서 집권한 보츠와나민주당(BDP)이 총선에서 전체 61석 중 4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원내 4당으로 내려앉은 2024년 11월 1일, 모퀘에치 마시시 당시 대통령은 이처럼 신속하게 승복을 선언했다.
1주일 뒤 수도 가보로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두마 보코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마시시 전 대통령뿐 아니라 마다가스카르, 나미비아, 잠비아, 짐바브웨 등 인근 국가의 대통령들도 대거 참석해 새 정부 출범을 축하했다.
일당 장기 집권 국가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선거 불복이나 지지자들 간 충돌은 볼 수 없었다.
◇민주주의 원활하게 작동하는 나라들…위기는 법치주의로 극복
비슷한 시기 대선을 치른 남동부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대조적이었다. 모잠비크에선 1975년 독립 후 계속 집권한 프렐리모(모잠비크해방전선)가 또다시 승리했지만, 전국적인 대선 불복 시위와 유혈진압으로 수개월간 360명 이상 사망한 바 있다.
이런 차이에 대해 케냐의 마신데 물리로 과학기술대학 연구진은 '아프리칸 저널 오브 엠피리컬 리서치'에 발표한 논문에서 보츠와나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높은 신뢰, 반드시 집권당에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기 어려운 보츠와나의 소선거구 단순 다수제 선거제도, 중립적인 군·경찰의 역할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2020년대 들어서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 남쪽 주변)에 자리한 기니,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에서 군부 쿠데타가 잇따라 발생하고 토고, 짐바브웨 등에서는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보츠와나 정권교체 사례에서 보듯 아프리카에서도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모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아프리카 기니만에 있는 가나는 지난해 초 8년만의 정권 교체를 포함해 1992년 헌정 복귀 이후 국민민주당(NDC)과 신애국당(NPP)이 교대로 선거에서 승리하며 30여년간 안정적인 민주주의 실행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나는 인접국인 부르키나파소에서 쿠데타로 군부정권이 들어서고, 코트디부아르에선 알라산 우아타라 대통령이 헌법상 3선 제한 규정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으로써 지난해 4선에 성공한 가운데에도 굳건히 선거를 통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민주주의 위기를 법치주의로 극복한 경우도 있다.
세네갈에서 2024년 2월 마키 살 당시 대통령이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선거법 폐지와 대선 연기를 발표하면서 시위가 잇따르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하지만헌법위원회가 대통령 발표 2주만에 대선 연기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애초 예정일 한 달 뒤 대선을 열어 야당 후보인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다.
◇남아공 '흑백 연정' 새 정치사 써가…"정치 제도와 경제 직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정권교체는 아니지만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2024년 5월 총선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30년 단독 집권을 끝내고 제1야당인 민주동맹(DA) 등과 다음달 연립정부를 출범했다.
특히 남아공 연정은 악명높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차별 정책)를 끝내고 집권한 흑인계 정당 ANC가 처음으로 백인계 정당인 민주동맹(DA)과 함께한 '흑백 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흑백 연정은 정당 간 정책 이견으로 인한 잡음과 지난해 7월 ANC 소속으로 부패 혐의를 받은 고등교육부 장관 해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개월째 이어지며 남아공의 새 정치사를 써가고 있다.
남아공 주간지 데일리메버릭은 연정이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화됐다고 최근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 열릴 지방선거가 연정의 행보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가 정상적 제도로 작용하는 국가들은 선거와 헌법, 정당과 같은 민주제도 구비뿐 아니라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성과, 비판적 언론의 기능, 시민사회의 성장, 사법 독립, 축적된 선거 관리 역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남아공을 방문한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는 "정치 제도와 경제는 직결돼 있다. 정치 제도가 안정적이고 포용적인 국가가 경제에서도 장기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면서 "이러한 경제적 토대가 다시 민주주의의 안정을 가져오는 사례를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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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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