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방송인 최은경이 아나운서국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합격 에피소드를 전했다.
3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은경이 게스트로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최은경은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해 분위기를 밝혔다. 그는 "저는 KBS 21기 아나운서 였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근데 오늘이 창립기념일이다. 저 다닐때 쉬는날이라 너무 좋아했던 날이다. 이렇게 기쁜날에 나와서 좋고, 아까 '아침마당' 노래를 듣는데 옛날에 신입사원때 생각나서 울컥하더라. 그때는 (아침마당이) 공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훌륭한 MC들이 얼마나 매일매일 다르게 잘 하냐. 그래서 신입사원이 되면 '아침마당'을 보며 공부했다. 그러니까 이 음악을 매번 들을수밖에 없는거다. 거기 나오다니 인생이 성공한 것"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근황을 묻자 최은경은 "요즘 제가 하던 일들 그대로 하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 오래한건 그만둔게 있다. 근데 그냥 원래 제가 하고 있던 브랜드와 유튜브, 홈쇼핑도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난데없이 제가 뮤지컬을 하게 됐다. 기가막히다"라고 밝혔다.
최은경은 지난 1월 30일부터 공연중인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에서 순임 역으로 출연 중이다. 그는 "뮤지컬 이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저는 웹툰으로 먼저 팬이었다. 그리고 김수현씨 나오는 영화가 있었다. 그게 뮤지컬이 돼서 지금 10주년 공연이다. 10년간 공연했는데 그전에는 소극장 뮤지컬이었지만 이번에 대극장으로 옮기면서 무술도 어마어마해지고 춤도 어마어마해졌다. 뮤지컬 넘버는 워낙 좋아해서 보신분들은 눈이 하트가 돼서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뮤지컬에는 여자 캐릭터가 딱 한명 나온다. 주인공이 남파해서 숨어서 위장해있는 곳이 슈퍼다. 슈퍼집 성깔있는 할머니 역할"이라며 "65세인데 저 나이 되면 아프긴 하다. 도가니가 다 아프긴 한데 그래도 약간 힘있는. 성격이 불같아서 팔팔하고 웃을때 크게 웃고 그런 할머니로 저 혼자 설정했다. 디테일은 잡기 나름이니까"라고 밝혔다.
이에 엄지인 아나운서는 "할머니 싫지 않았냐"고 궁금해 했고, 최은경은 "뮤지컬 처음 제의받을 때 '못해요' 했다. 저는 좋아하는 작품 N차관람하고 해외 가서도 뮤지컬 꼭 보고 오는 열정 관객일 뿐이지 제가 하겠다고는 한번도 엄두를 내면 안 되는 부분이지 않나. 그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데 어떻게 하겠다는거냐 이런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제가 진짜 좋아하는 뮤지컬 중에 할머니 역할 보면서 저런거 한번 해보면 참 평생의 내 꿈이겠단 생각을 한적 있었다. 근데 누구에게도 말 안했다. '우주에 가고싶어' 이정도의 큰 꿈인거다. 그러다가 할머니 역할이라는 말에 귀가 커졌다. '못할것 같다' 했더니 연출님이 머릿속에 뮤지컬만 들어있는 분이다. 그 분이 '할수있다'고 해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믿고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첫 도전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그는 "저는 뭔가 준비할때 완벽하지 못한데 완벽하려고 하다 보니 늘 벽에 머리를 박는다. 하면서 그걸 즐기지 못한건 아쉽긴 하다. 아나운서도 사실 집에서 혼자 대본 연습하고 가서 하는거지 않나. 연기도 각자 죽어라 연기하고 앞에가서 한두번 맞춰보고 바로하는거다. 그런데 뮤지컬 다르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본 어제 받았는데 '이제 해보세요' 하더라. 아나운서 처음 됐을때 선배들 앉아있으면 주제 주고 3분 스피치를 시켰다. 매일. 저는 그 시간이 다가올까봐 심장이 여기 왔다가 들어가는 심정이었다. 그때 느꼈던 공포를 연습할때 느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아나운서땐 선배들이고 얼굴을 알지만 뮤지컬 연습실에는 나이도 다양하고 다 있는데 그분들도 다 하셨던 분들이지 않나. 처음보는 분들인데 저같이 남들 앞에서 뭘 못하는 사람이 거기서 그걸 한다는건 거의 정말 심장이 맨날 '집에가고 싶다' 생각한다. 집에가서도 너무 괴로운 순간이었고, 노래를 하라고 하는데 저는 자아가 생긴 뒤로 남들 앞에서 노래한적 없다. 예를 들어 추석특집 방송을 아나운서들이 해야하지 않나. 그때도 맨날 울면서 안하겠다 했던 애다. 근데 해야되지. 내가 돈 받았는데 울면 안되지 않나. 해야되니까 진짜 어떻게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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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첫 공연을 마친 후 기분을 묻자 "딱 그 느낌이었다. 라디오 DJ 처음했을 때 하고 나면 '이거 고쳐서 내일은 이거 잘하고싶다'며 매일 집에가서 듣고 '고쳐야지'를 했다. 딱 그때 신입사원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우리도 오래했던 프로그램 내려놓고 이제는 했던것도 주춤주춤하면서 그걸 줄여서라도 잘 해야지 하는 나이라 생각하는데 새로운걸 했지 않나. 그것도 진짜 못하는거. 태권도 도전해서 띠 떨어지는건 나혼자 떨어지면 끝나는거다. 근데 이건 내가 못하면 피해줄까봐 긴장하게 되는데 그 긴장이 좋긴 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후 최은경이 아나운서로 활동하기까지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를 나와서 교사 길을 포기하고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던 그는 "3개월 다니고 난 다음에 내가 이렇게 앞으로 평생할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만두고 아나운서 시험 준비했다"고 아나운서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방송아카데미가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 그 곳을 등록했던 최은경은 "아카데미도 가보니까 너무 지겹더라. 3개월을 꼭 다녀야한다는데 한달 다니고 나니 안맞는다 싶어서 그때부터 저는 모든 방송사에 시험 보러 갔다. 하나같이 다 떨어지며 다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본적 없는 캐릭터라 KBS에 합격하게 됐다고. 엄지인 아나운서는 "최은경 선배님이 아나운서실에서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진짜 특이하게 합격했다. 하얀 원피스 입고 머리를 생머리 길러서 이상한 애가 와서 합격했다고"라고 소문을 전했다.
이에 최은경은 "전설도 과장이 되지 않나. 디테일은 다르지만 맞긴 한게 머리를 길렀다. 근데 그때 아나운서들이 다 자르고 왔다. 그래야 아나운서 같아서 합격하니까. 근데 제가 기른건 다른 이유 없었다. 머리 잘랐는데 아나운서가 안 되면 너무 억울할것 같더라. 그래서 아나운서 되면 자르겠다 해서 긴머리 유지한거다. 아나운서 정장도 사면 그때밖에 못입지 않나. 너무 아까운거다. 그래서 그냥 있는 짧은 미니스커트 정장 입었다. 아나운서 되면 사겠다. 또 그때 94년 유행 보면 약간 아이보리 스타킹 유행했다. 아이보리 스타킹 신고 정장입고 시험 봤다"라고 파격적인 패션을 떠올렸다.
그렇게 합격했지만 뉴스는 한번도 못해봤다고. 최은경은 "사실 합격 할때도 처음에 공통으로 하는 뉴스만 읽었지 나머지는 다 MC로 시켰던 것 같다. 최종에서도 '가요톱텐' MC 이런걸 시켰다. 너무 앵커를 준비했었는데 라디오 뉴스는 시키지만 TV뉴스는 한번도 해본적 없었다. 뉴스 부스를 한번도 들어가본적 없다. 뉴스 부스라고는 시트콤 할때 들어가보고 앵커는 '개그콘서트'에서 흉내내봤지 한번도 안해봐서 쓸줄 모른다. 저밖에 없을거다. 어차피 한두번 해볼거 안하는게 캐릭터로 맞을것 같긴 한데 처음 시킬때도 제가 아나운서 치고 손도 많이 쓰고 표정이 너무 많은거다. 슬프뉴스, 기쁜 뉴스가 눈에 보인다. 안 시키는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특히 그는 "저는 웃음이 많다. 그래서 라디오 뉴스때 한번 웃었다. 크게 웃었다. 하하 웃고 나서 그 다음에 정신차리고 다음 뉴스를 하지 않나. 그런데 못했다. 옆에있는 남자 선배가 모든 뉴스를 다 했다. 그래서 그때 한번 크게 혼나고 라디오 생방때도 한번 크게 웃은 적이 있다. 웃고 말면 되는데 계속 생각나서 혼자서 숨을 못쉬지 않나. 얼굴이 안나오는데 숨소리만 들리니까 라디오가 이상해지니까. 그래서 난리나고 대통령 행사때도 어떤분이 너무 긴장해서 연설때 실수했다. 그렇게 웃긴 것도 아닌데 웃으면 안되는 상황이니 너무 웃긴거다. 그래서 큰일났다. 난 이미 터졌다. 옆에 손범수 선배는 제가 이상한 애인 걸 안다. 저는 웃으면 안되니까 혼자 감동 받은것처럼 하고 있고 선배님이 제 대사까지 가져갔다"라고 아찔했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은경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4월 26일까지 공연한다. 지금 거의 1/3 정도 까지 왔다. 지금부터 보는 분들은 더 날아다니는 배우분들 보실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캐스트가 다양하다. 이 조합 저 조합이 분위기가 너무 재밌고 다르다. N차관람 하는 분들 많으니까 3월 되면 꽃피고 날좋지 않나. 대학로 다니다 공연 보면 진짜 하루 코스로 너무 좋다"며 "'아침마당' 초대해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뮤지컬 많이 보러와주시고 저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