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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이 만든 소파?…가구는 ‘몸에 붙는 건축’

중앙일보

2026.03.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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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과 FLASK 협업 '데이드림'은 팔걸이와 등받이를 치우면 침대로 변신하는 소파다. 사진 컬처램프
르코르뷔지에(1887~1965)는 비행기가 현대 건축의 가장 성공적인 형태라고 여겼다. 불필요한 장식이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을 ‘삶을 위한 기계’라고 묘사하며, 동료들과 함께 가구 디자인 실험도 했다. ‘LC 시리즈’ 의자가 대표적이다.

건축가에게 가구는 ‘몸에 붙는 건축’이다. 건축과 가구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건축가의 오브제: 소우주’에는 한국 건축계에서 활약하는 건축가 26명(24팀)의 의자ㆍ소파ㆍ테이블 등 일상의 가구부터 벤치ㆍ조명ㆍ놀이기구에 실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조형물까지 45점이 나왔다.

고재협ㆍ오나예의 로봇 청소기를 위한 가구 디자인 시안. 사진 컬처램프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인테리어 전문기업 플래스크와 손잡고 소파 ‘데이드림’을 고안했다. 등받이를 밀어내고 팔걸이를 뒤집으면 침대가 되는 이 소파는, 작은 방에서 지내는 1인 가구를 염두에 둔 설계다. 미션 오브젝트 건축사사무소의 고재협과 오나예는 로봇 청소기를 위한 가구를 디자인했다. ‘언티 하우스(가정부의 집)이란 제목으로, 성당 모양의 가구 아래쪽에 로봇 청소기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가온건축 임형남은 의자 모양 램프인 '람체어' 시리즈를 출품했다. 한지를 사용한 등잔과 사방탁자, 붓걸이, 옛 사람들이 벽에 서예를 말아 보관하던 고비에서 영감을 얻은 한국적 느낌의 가구다. 유이화의 사방탁자도 현대 공간에서 전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재헌 경희대 교수의 'MT-01'은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장식용 타일과 목조 칸막이를 재활용한 최소 디자인의 티테이블이다. 못 없이 전통적 끼워맞춤 방식으로 조립할 수 있는 체리목 강연대는 박종선 목조형가구 디자이너와의 협업이다.
출품작 중에는 의자가 가장 많다.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만든 의자(정의엽), 하나의 유려한 선으로 이루어진 의자(구승민). 투명성이 돋보이는 의자(장영철), 팔걸이와 다리를 동일한 형태의 H빔(철근 구조물) 4개로 완성한 의자(김성률) 등이다. 실물 작품과 함께 개념도와 설계 도면, 스케치를 병치해, 아이디어가 형태로 구현되는 건축가의 사고 과정도 보여준다.

건축가 정재헌과 목조형가구 디자이너 박종선 협업 강연대. 체리목을 못 없이 전통적 끼워맞춤 방식으로 제작했다. 사진 컬처램프
전시를 기획한 함혜리 컬처램프 대표는 "건축은 거대한 구조물이지만 그 시작은 건축가의 사유가 담긴 작은 선과 점, 오브제에서 비롯된다"며 "건축가들의 세심한 배려가 담긴 오브제에서 '일상 속의 건축'을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건축가협회ㆍ새건축사협의회ㆍ대한건축사협회ㆍ한국여성건축가협회ㆍ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후원. 9일까지, 무료.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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